제 2027화
태상황과 원경릉의 데이트
건곤전 마당은 바람이 센 편이라 원경릉이 사람을 시켜 망토를 하나 더 가져오게 하고 태상황을 꽁꽁 싸매고 손난로를 찔러 넣었다.
태상황이 귀찮아서, “난 이렇게 허약하지 않아.”
“날이 차서 많이 입어도 괜찮아요.” 원경릉이 태상황의 팔을 붙잡자 태상황이 몇 번이나 밀어냈지만 원경릉이 달라붙어서 어쩔 수가 없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같이 걸었다.
“상선은 상태가 안정적인가요? 있다가 가서 볼 게요.”
“여전히 그렇지 뭐, 먹고 마시는 건 정상인데 요즘 좀 게을러졌어.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면 몸을 움직이려고 안 해.”
“그러면 안돼요.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
태상황이 어두운 눈빛으로, “나이를 먹었으니까.”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바탕이 좋은데 자꾸 노력하면 회복하죠. 태상황 폐하랑 99세까지 계셔야 해요.”
태상황이 웃으며, “99살은 안 바래. 7~8년만 살 수 있어도 아이들이 큰 걸 보니까 과인은 만족이야.”
“그건 아마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실 걸요.” 원경릉이 웃었다.
두 사람이 정자에 들어가서 원경릉이 바람이 세다고 걱정하자 휘장을 내리고 사람을 시켜 난로를 피워 한기를 몰아냈다.
“다섯째와는 아직 잘 지내?” 태상황이 원경릉을 쳐다보는 눈빛에 자상함이 느껴진다.
원경릉이 고자질하며, “아뇨,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싸웠어요.”
“싸우는 거야 일상이지. 크게 다퉜으면 과인이 준 어장은 어디다 삶아 먹었어? 그녀석은 너무 방자하게 두면 안돼.” 태상황이 눈을 치뜨며 손자를 전혀 도와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원경릉이 웃으며, “싸우다가 아이를 나누자는 얘기까지 헀지 뭐예요.”
“아이를 어떻게 나눠? 그 놈이 꺼지면 꺼졌지 애들은 줄 수 없어.” 태상황이 씩씩거렸다.
원경릉이 추임새를 넣듯이, “맞아요, 제가 딱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태상황이 원경릉을 보며, “싸우는 건 가능해, 하지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면 안된다. 아이를 나누니 하는 말은 앞으로는 다시는 하지 마라.”
“네, 이번에 교훈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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