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70화
승전의 연회
우문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찌 보위를 논하시옵니까? 몇 십년이나 뒤에 일어날 일인데요.”
명원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뭔가 깊이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우문호는 자연스레 혼사 얘기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탕양의 대꾸가 일리가 있었던 게 지금 우문호가 공을 세우고 개선한 상황에 혼례를 논한다는 건 어떻게 변명해도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 쉬웠기 때문이다.
궁을 나오니 이미 날이 저물었고, 느릿느릿 말을 몰아 청란 대가를 지났다. 명원제는 우문호에게 초왕부로 돌아가는 길에 의장대를 붙어주려 했으나 우문호가 싫다며 사양했다.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미 과분할 정도로 많은 환영을 받았기에 다소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잠잠히 고요속에 번화한 경성의 거리와 착실히 살아가는 백성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태평성대의 따스함과 평온함도 보고 싶었다. 우문호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때론 생명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초왕부로 돌아오니 이미 수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검마 남변객이 냉정언을 데리고 와서 냉정언이 자신의 제자라고 진중하게 소개했다.
냉 대인이 검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절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무림 인사들은 검마가 조정이 임명한 관리를 제자로 거두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했다.
때로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매사 칼같이 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 서일이 좋은 술을 잔뜩 준비하고 주방에서도 산해진미를 상 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 내왔다. 태자를 호송했던 무림 인사들은 초왕부에서 긴장을 풀 수 없어 어색해 하였는데, 서일과 탕양이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고는 곧이어 너도나도 긴장을 풀었다. 이윽고 초왕부는 웃음소리와 얘기 소리로 왁자지껄해졌다.
우문호도 한 잔 들이키고 모두에게 술을 권하며 힘든 여정을 무사히 해내 주었음에 감사했다. 원경릉도 우문호를 말리지 않았다. 오늘밤 우문호는 분명 전과 달리 신중하고 더욱 겸손해 졌다.
주연을 마치고 부부는 손을 잡고 마당을 거닐었다. 원경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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