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16화
원경릉의 생각은 잘못됐다.
노부인이 급히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휴식시간을 황씨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고, 또 괜한 말을 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이유는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경병은 원경릉 옆에 남아 조모가 화가 나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친께서는 이번에 할머니께 크게 혼나시겠습니다.” 원경병이 말했다.
원경릉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원경병을 보았다.
“가만…… 넌 표정이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원경병은 그녀를 보며 입을 삐죽거리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방금 만아가 저한테 누이가 배를 갈라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원경병이 자기도 아이를 낳을 때 배를 가르게 될까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
“너는 나하고 달라. 난 이번에 세 아이를 임신했고, 몸도 약했잖아 그래서 배를 가를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넌 아니야. 걱정 마. 네가 임신하면 내가 네 옆에 꼭 붙어있을 테니까.”
원경병은 코를 훌쩍이며 그녀를 보았다.
“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누이가 어떻게 될까 걱정돼서 우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원경병은 입만 사납지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구나.’
원경릉은 동생의 손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
“난 괜찮아. 나는 말이야, 다른 사람을 아끼는 만큼 나 자신도 아껴주거든.”
원경릉은 마음속에 아끼는 사람이 있기에 자신의 생명을 더 아끼게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잘못되면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슬퍼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내가 존재해야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원경병은 원경릉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
며칠 후, 제왕절개한 곳의 상처는 많이 나았지만 아직 산달이어서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원경릉이 할 수 있는 것은 왕부 내에서 몇 발짝 걸어 다니는 것뿐이었다. 강녕후 부인은 원경릉이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 마장(馬場)으로 돌아갔다. 원경릉은 떠나는 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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