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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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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7화

“저 때문에 내려오신 겁니까?” 원경릉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정화군주를 보았다. 정화군주는 산에서 내려오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사잖아요.직접 축하해드리고 싶었습니다.”정화군주가 말했다. 만아가 차를 내왔고, 정화군주는 미소를 지으며 만아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만아는 그녀의 따듯한 미소에 부끄러운 듯 “뜨거우니 조심히 드십시오……”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정화군주가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신분의 귀천을 나누지 않는, 황실에서는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몸은 좀 어떱니까?” 원경릉이 정화군주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잠은 잘 잡니까?” 정화군주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요즘 꿈을 자주 꿉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꿈에 나옵니다.” “시간이 약입니다. 나중엔 아무렇지 않을 겁니다.” 원경릉이 그녀를 위로했다. “예, 그렇겠죠.” 그녀의 눈빛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듣자 하니 초왕비께 무우산이 있다고 하던데 저한테 좀 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무우산? 그거로 뭐 하시게요?” 원경릉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배를 응시했다. 정화군주는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어서 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오해 마세요. 제가 쓰려는 게 아니니까요.” 정화군주가 웃었다. 원경릉은 정화군주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명월암에는 비구니들 밖에 없는데, 무우산을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 “고지가 아이를 낳을 것 같습니다.” 정화군주가 말했다. “고지?” 원경릉은 그녀의 말을 듣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 “예, 아마 아기가 생각보다 일찍 나올 것 같습니다.” 정화군주가 말했다. “그럼 군주께서 고지랑 계속 같이 있었다고요? 지금 고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고지는 위험인물이라고요!” 정화군주는 원경릉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괜찮습니다. 그녀는 나를 다치게 할 수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그게…… 고지는 두 눈이 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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