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서유진도 고인성 핸드폰 화면에 뜬 '유리'라는 이름을 똑똑히 봤다.
처음에는 송유리라는 여자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저 이름을 직접 보고 나니 괜히 신경이 거슬렸다.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마음 한구석에 묘한 질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왜 안 받아?”
다정한 척 묻는 서유진의 말에 고인성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조금 이따 받을 거야.”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발신자는 여전히 ‘유리’였다.
그 뒤로도 세 번, 네 번...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송유리는 마치 꼭 연결돼야만 하는 사람처럼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고인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차를 갓길에 세우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서유진이 손을 뻗어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블루투스에 연결된 차량 스피커를 통해 송유리의 목소리가 차 안에 퍼져 나왔다.
“고인성 씨...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서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비아냥거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일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남한테 찡찡거리고 기대는 거 진짜 역겨운 습관이에요. 세상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부류가 바로 당신처럼 무능한 사람들이거든요.”
“저... 저는...”
송유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순간적으로 멈칫한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 고인성 씨 전화번호인데... 왜 다른 여자가 받아? 목소리도 낯익어. 그날 레스토랑에서 봤던 그 여자 아니야? 지금... 고인성 씨랑 같이 있는 건가?’
송유리는 핸드폰을 꼭 쥔 채 멍하니 섰다.
손끝까지 미세하게 떨렸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고인성은 옆자리에 앉은 서유진을 차갑게 노려봤다.
“끊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차가운 목소리였다.
단호하면서도 억제된 분노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송유리는 이미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핸드폰을 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심장은 마치 한순간 쿵 하고 꺼져버린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고인성 씨가... 지금 그 여자랑 같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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