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화
12월이 되니 경성에도 어느새 겨울이 찾아왔다.
노란 은행 나뭇잎들이 바닥에 잔뜩 깔려있었고 메마른 나뭇가지가 엄동설한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붙어있는 나뭇잎들을 떨궈냈다.
바람이 불면 그 한기가 옷을 뚫고 기어코 피부에 닿았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나온 송유리는 아까부터 고인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성의 차는 2시 정각이 돼서야 나타났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운전기사를 본 송유리는 짐을 실은 뒤 고인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요한 정적만이 감도는 차 안에서 고인성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주민등록증은 가져왔지?”
“네.”
짧은 대화는 그렇게 3초를 넘기지 못하고 끊겨버렸다.
‘혼인신고를 하러 가면서 주민등록증을 두고 오는 사람도 있나.’
송유리는 알 수 없는 답답함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의 끈을 꽉 잡았다.
그녀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긴장한 마음을 감춰야 했고 흥분으로 떨리는 마음도 애써 가라앉혀야 했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서 생긴 당황스러움도 태연히 무시해야만 했다.
고인성은 송유리가 메고 있는 하얀색 가방이 청원의 디자인임을 보아내고 물었다.
“너도 청원 가방 좋아해?”
그 말에 송유리도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이 가방은 전에 고인성이 황이진을 다른 사람과 착각하고 사준 가방이었는데 물론 황이진은 이내 쫓겨났지만 고인성은 가방을 돌려받으려 하지는 않았었다.
황이진도 사람을 착각한 건 고인성 본인이니 이 정도 대가는 당연한 거라며 오히려 그때 마음껏 쇼핑하지 못한 걸 후회했었다.
하지만 고인성에게 괜한 얘기를 했다가 그가 그때 일을 따지고 들까 봐 송유리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어울려.”
“고마워요.”
기사는 그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애써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고인성의 노력이 보여서 안타까우면서도 그를 이렇게 하대하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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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혼인신고는 생각처럼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고작 30분 만에 모든 절차를 끝내고 혼인신고서에 도장까지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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