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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다만 오늘이 어떻게 보면 신혼 첫날밤인데 아내가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고인성이 독수공방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의미 있는 날이라고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일찍 들어온 건데. 테이블을 가득 채운 음식들을 바라보던 고인성은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고 커피를 들고 업무도 처리할 겸 아내가 두고 간 지원서도 확인하려고 서재로 들어갔다. [좀 이따 기사 보낼게.] [아니에요. 언제 끝날지도 몰라서 그냥 혼자 갈게요.] 송유리의 대답에 고인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럼 조심해서 와. 너무 늦지 말고.] [알겠어요.] 핸드폰을 보며 한숨을 쉬던 고인성은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둔 혼인 관계 증명서가 그대로 있는 걸 보고 다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혼인신고까지 했으니 송유리도 도망은 못 갈 것 같았다. - 저녁때가 되니 동아리실에 모였던 친구들이 하나둘 나가자 한유현은 송유리가 건넨 지원서를 들고 가장 마지막으로 동아리실을 빠져나왔다. 문을 잠그고 뒤돌아서던 한유현은 그 지원서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딴 지원서 한 번도 버렸는데 두 번 못 버리겠어?” “대체 무슨 염치로 지원서를 낸 거야? 남의 남자나 뺏는 꽃뱀 주제에 오디션엔 나가보고 싶다 이거야?” “어이가 없어서 진짜.” 쓰레기통을 지나치던 한유현은 송유리의 지원서를 마구 구기더니 그 안에 던져버렸다. 발표된 명단에 송유리의 이름이 없다 한들 한유현은 상관이 없었다. 까먹었다거나 지원서를 잃어버렸다거나 어차피 만들어낼 수 이유는 많고 많았다. 전교에 학생이 몇인데 송유리 하나 난리 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다들 운 나쁜 송유리를 대신해 자신을 몇 마디 나무라겠지만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크게 동요하지 않을 거라는 걸 한유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총명함에 감탄하며 득의양양해 하던 한유현은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송유리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모습에 한 번, 그녀의 손에 들린 카메라에 한 번 놀란 한유현은 표정을 굳히더니 빠르게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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