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며느리 체면 한번 대단하네. 시댁 어른들을 처음 보는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한다니...”
테이블 끝자락에서 비꼬는 듯한 말투가 날아들었지만, 고인성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쳤다.
“기다리기 언짢았으면 먼저 드시지 그러셨어요.”
말끝에 정적이 흘렀고, 그 말을 던진 이는 민망한 웃음만 흘릴 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성아, 이리 와서 앉아.”
지옥순이 손짓하며 고인성을 부르는 테이블에는 딱 한 자리만 비어 있었다.
그 테이블에는 열댓 명이 둘러앉아 있었고 지옥순과 서유진 사이에 딱 하나 비어 있는 자리가 보였다.
송유리는 그제야 서유진이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였구나... 이런 자리에까지 나올 정도면.’
송유리는 속으로 작게 숨을 삼켰다.
“네.”
놀랍게도 고인성은 아무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송유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럼 난 어디에 앉으라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니 남은 자리는 있긴 했지만,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였다.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에 그렇게 따로 앉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거리 두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들어오자마자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 기분이었다. 마음속에서 조용히 한숨이 흘러나왔다.
고인성은 자리에 다다르더니 고개를 돌려 송유리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이리 와.”
“네...”
송유리는 낮게 대답하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걸 알았지만,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애썼다.
‘근데 저긴 자리가 하나밖에 없는데... 인성 씨 설마 나더러 무릎에 앉으라는 건 아니겠지? 아니, 진짜 그럴 수도 있어...’
송유리는 고인성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을 무렵 고인성이 옆에 서 있던 도우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요? 의자 안 가져오고 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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