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고씨 가문에서 초대한 대부분 손님은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도우미들이 식기를 정리해 치우고 후식으로 차와 다과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킨 채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지만 송유리는 자꾸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어쩐지 등줄기까지 시선이 따라오는 듯한 기분에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지서연이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노골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의 얼굴에 구멍을 뚫을 기세였다.
‘저 눈빛은... 정말 날 죽여버리고 싶어 보이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지서연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기세로 더욱 날을 세웠고 송유리는 오히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여유롭고 느긋해서 마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괜찮아요’라는 말 없는 선언 같았다.
“저년이 진짜...”
지서연은 치솟는 분노에 얼굴까지 붉어졌고 하마터면 식탁을 넘어 멱살이라도 잡을 뻔했다.
그때 지옥순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주먹을 꽉 쥔 채 씩씩대고 있는 지서연의 팔을 조용히 붙잡았다.
“서연아...”
지옥순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의는 좀 지키자. 네 이미지가 걸려 있는 자리야.”
지서연은 꾹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였다. 화를 낼 수 없는 상황도 화가 났고 바로 터뜨릴 수 없다는 게 더 억울했다.
잠시 후, 지옥순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얘들아, 여기 어른들 이야기만 계속하니까 좀 지루하지? 옆에 있는 다실도 손님 접대 준비를 했으니까, 거기로 옮겨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자.”
그녀는 젊은 여성 손님들에게 손짓하듯 말하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지서연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서유진도 뒤따랐다. 고인성의 형수인 공여원도 남편에게 몇 마디를 건넨 뒤 조용히 따라나섰다.
하지만 송유리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솔직히 다실이든 이 자리든 재미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이곳엔 적어도 고인성이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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