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송유리는 아무것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살아는 있지만 반쯤은 죽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저 이 시간이 무사히,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지옥순과 지서연은 서유진을 칭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차를 우리며 단아하게 설명하는 모습이니, 명문가의 자녀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라는 둥, 말이 끊이질 않았다.
문제는 그 칭찬 속에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송유리에 대한 은근한 비아냥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고인성의 어머니와 사촌이었기에 송유리는 아무리 속이 뒤집혀도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문득 옆에 앉은 공여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아예 대화에 끼지도,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자리에 앉아 고요히 다과만 음미하고 있었다.
공여원의 인상은 튀지 않았지만 정돈된 단정함이 있었다.
검은 테 안경을 쓴 채 수수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딱히 눈에 띄진 않지만,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풍겼다.
송유리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형수님, 혹시 다도 하실 줄 아세요?”
공여원은 잔잔하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못해요. 저는 그냥 따라주는 차를 마시는 쪽이에요.”
“정말요? 저도 그래요. 마시는 건 좋아하는데... 그게 다예요.”
송유리는 마치 전쟁터 한복판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괜히 반가웠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서연이 차갑게 끼어들었다.
“그게 그렇게 기쁠 일이라고 웃고 있어? 우리 형수님은 라이트건설 회장님 따님인 데다 고등학교 교사야. 집안도, 직업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 근데 너는? 아무것도 없잖아.”
‘라이트건설?’
그 이름은 송유리도 잘 알고 있었다.
국내 유수의 건자재 기업으로, 수많은 시행사가 공급받는 대기업이었다. 이름만으로도 업계에서 어깨 펴고 다닐 수 있는 그런 회사였다.
송유리는 말문이 막혔다.
‘진짜 어안이 벙벙하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만만한 사람이 아니구나.’
그때 지옥순이 예상 밖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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