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안 더워요.”
옷을 이렇게 두껍게 입고 와서 덥다는 말을 하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었기에 송유리는 단호하게 답하며 말을 돌렸다.
“이야기 들려달라면서요? 얼른 누워봐요.”
“응.”
고인성이 이불을 덮고 눕자 송유리도 그의 옆에 앉았다.
“옛날옛적에 어느 울창한 숲에 아주 귀여운 토끼가 한 마리 살고 있었어요. 토끼의 엄마 아빠는 늘 아기 토끼에 바깥세상은 아주 위험하다고 일러주었죠. 밖에는 늑대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여우도 있고 뱀도 있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바깥세상을 너무나도 궁금해했던 아기 토끼는 모험을 떠나보고 싶었는데...”
따뜻한 불빛이 방 구석구석까지 닿아있어서 고인성은 자신과 송유리가 그 불빛에 싸여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읽어주는 송유리의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고 침대에 기대어 누운 고인성은 그녀의 작은 표정 하나도 놓칠세라 송유리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각, 고인성의 세상에 존재하는 이는 송유리뿐이었고 고인성은 그토록 애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유리를 빤히 보고 있으니 고인성은 자연스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됐다.
엄격한 할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던 고인성의 유년 시절은 여느 아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모든 시간을 초, 분 단위로 쪼개서 써야만 했는데 기상 시간, 식사시간, 공부시간, 취침시간이 모두 다 정해져 있었다.
각종 규칙과 기대들이 어린 고인성의 삶을 옭아매며 그에게는 숨 쉴 틈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고인성은 그 흔한 자장가나 잠자리 이야기도 여태껏 들은 적이 없었다.
“인성아, 넌 고 씨 집안의 정통 후계자야. 우리 집안의 재산이 혼외자한테 흘러들게 해서는 절대 안 돼.”
“인성아, 형한테 안 지지 노력해야지.”
고인성이 혹시 실수라도 하면 돌아오는 건 위로가 아닌 책망이었다.
“인성아, 넌 이런 것도 제대로 못 해서 어떻게 형을 이기려고 그래?”
그런 환경 속에서 그는 감정도 온도도 없는 로봇마냥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내달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