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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도우미는 어느새 드레스룸에 들어가서 신속하게 송유리의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다짜고짜 바닥에 내던지는 기세를 보아 그녀야말로 이 집의 안주인이 된 것만 같았다. “쓰레기 같은 네 물건들 싹 다 가져가! 사모님이 10분만 준다고 하셨어!” 송유리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더는 반항할 여력 없이 옷을 몇 벌 챙기고는 가방을 메고 자리를 떠났다. 일단 병원부터 다녀와야 하니까. 캐리어를 끌고 이제 막 문밖을 나서려 하는데 누군가가 덥석 손목을 잡았다. “이 가방 청원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신상이잖아? 네가 왜 갖고 있어?” 지서연은 고인성 바라기라 청원에서 시즌마다 공개되는 신제품들을 항상 주목하고 있다.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제일 빨리 구한 탓에 주위 사람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다만 지금 이 가방은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송유리가 먼저 메고 있다니? 대체 왜? “이거 인성 씨가 줬어요...”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지서연이 다짜고짜 가방을 뺏어갔다. 송유리는 흐리멍덩한 채로 생각했다. 손에 깁스까지 한 여자가 대체 무슨 힘이 이렇게 센 걸까? “오빠 진짜 눈멀었네. 너 같은 년한테 이런 가방을 줘? 네가 가당키나 해?” 지옥순은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서연을 쳐다봤다. “서연아, 가방 마음에 들면 나중에 인성이더러 하나 챙겨오라고 할게. 뭣 하러 쟤 걸 뺏어? 손 더 째지면 어쩌려고?” 지서연이 잔뜩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가 나부터 안 챙겨주고 어떻게 송유리한테 줘요? 이게 말이 돼요? 버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 저년 못 쓰게 할 거야!” 곧이어 지퍼를 열고 가방 안의 물건을 탈탈 털어냈다. “더러운 물건들 싹 다 치워. 그리고 내 눈앞에서 꺼져!” 송유리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바닥에 움츠리고 앉아서 물건을 주운 뒤 별장을 떠났다. 뒤에서 지옥순과 지서연의 맹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얘네 둘 줄곧 각방 썼네. 인성이도 쟤 너무 좋아한 건 아니야.” “당연하죠. 오빠 마음속엔 고모랑 제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어떻게 저딴 년이랑 비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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