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화
명품 가방, 값비싼 액세서리, 심지어 고가 선물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황이진은 늘 담담한 어투로 거절했다.
“너무 과분해서 못 받겠어요.”
그럼에도 주호진은 마음을 굽히지 않고 이번엔 방식을 바꿨다. 군것질거리, 커피에 하루 세끼까지 들이댔지만 황이진은 여전히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건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 사양할게요.”
어떤 선물이든 거절할 이유가 충분했고 항상 이 남자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쌀쌀맞은 태도로 임했다.
황이진은 그의 질문에 걸음을 멈추고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물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오늘 도와준 건 고맙지만 호진 씨도 알다시피 제 마음은 변함없어요. 이게 저의 답변이에요.”
주호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끝까지 따져 물었다.
“정말 나한테 일말의 감정도 없어?”
“네.”
단 한 글자에 이 남자의 신념이 와장창 무너졌다.
그녀는 깃털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정작 예리한 칼날이 되어 주호진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놨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쩌면 나의 일방적인 염원이겠지.’
주호진은 잔에 가득 담긴 물을 바라보면서도 차마 컵을 들 수가 없었다.
이에 황이진이 화제를 돌렸다.
“물 좀 마셔요.”
“괜찮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좀 귀찮게 굴었지? 이만 갈게.”
말을 마친 주호진은 성급하게 그녀의 집을 나섰다. 질식할 것만 같은 이곳을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황이진은 제자리에 서서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가에 복잡한 기운이 스쳤다.
방금 주호진이 앉은 자리에 앉아 컵 변두리를 무심코 만지면서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이 차올랐다.
주호진을 향한 태도가 너무 지나쳤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녀로선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이렇게 해야만 모두에게 좋으니까.
...
안방에 들어간 송유리는 문 앞에 몰래 쪼그리고 앉아서 비스듬히 열린 문틈 사이로 두 남녀를 바라봤다.
방금 둘의 대화를 그녀는 낱낱이 들었다.
황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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