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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인성 씨?” 황이진이 의아한 듯 물었고 송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닐 거예요.” “아니라고? 체형이 너무 비슷한데?” 황이진은 계속 의아한 눈길로 그 사람을 쳐다봤다. 문 앞에 서 있는 그는 역광에 가려 형체만 어렴풋이 보였다. 가까워질수록 드디어 얼굴이 드러났는데 분명 고인성과 닮았지만... 결코 아니었다. 송유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인성 씨 형인가?” “뭐라고?” 황이진은 머릿속에 온통 ‘이 사람 누구지? 여긴 왜 왔지?’라는 질문밖에 없던지라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송유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남자친구 형님 같아요. 나도 딱 한 번 봐서 너무 친한 사이는 아니거든요.” 두 여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때 고승현이 가까이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누가 인성이 카드 들고 매장에 왔다길래 지인인 줄 알고 인사하러 왔는데 제수씨였군요.” ‘제수씨?’ 황이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젊고 잘생긴 걸 보아 송유리의 남자친구도 또래거나 더 어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순간 황이진은 모든 걸 깨달았다. 돈 많지, 잘생겼지, 가정폭력도 없지, 단지 엄마랑 사촌 동생이 조금 모나게 굴뿐 굳이 큰 문제는 없었다. 송유리가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아주버님. 여기서 이렇게 뵐 줄은 몰랐네요.” 고승현은 봄 햇살처럼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그 온화함에 보는 이마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송유리를 쳐다봤다. “와이프가 여기서 가방 두 개 주문했는데 오늘 도착했다길래 가지러 왔어요.” 그는 우아하게 진열대를 가리켰다. “그렇군요.” 송유리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어떻게 이어갈지 몰랐다.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고 고씨 가문 행사에서 멀찍이 쳐다볼 뿐 대화조차 못 해봤으니까.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그녀가 한 마디 덧붙였다. “형님 안목이 좋으시네요.” 그녀는 마침 고승현의 손에 든 가방을 보았는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고승현은 가방을 내려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꽤 안목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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