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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송유리는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미 발걸음을 멈춘 상태였다. 고승현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던 그녀는 주저 없이 인정했다. “네,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식은땀이 나네요.” 고승현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걱정과 미안함이 가득 차올랐다. “정말 미안해요. 억지로 건네받은 액세서리 안에 도청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저 역시 깜짝 놀랐잖아요. 제수씨만 괜찮으시다면 오늘 여러분들의 룸 비용은 제가 전액 부담할게요. 제 사과의 표시로 받아주셨으면 해요.” 고인성이 말한 것과 거의 비슷한 설명이었다. 송유리는 고승현의 표정을 계속 주시했다. 그가 이 말을 할 때 눈빛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오히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순간적으로 송유리는 고승현의 말을 전부 믿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고인성의 경고가 떠오른 그녀는 급히 정신을 차렸다. 만약 고승현의 이 모든 진심이 연기라면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무서운 인물이란 말인가. 레스토랑 밖 도로 모퉁이. 고인성이 전화를 받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요즘엔 담배를 자주 피우지 않았는데 오늘은 자기도 모르게 한 대 입에 물었다. “엄마.” 전화기 너머로 지옥순이 즉각 항의 모드로 돌입했다. “고인성! 너 무슨 뜻이야? 그 가정부 해고는 네 맘대로 했는데 그 여자를 내게로 보낸 거야? 매일 우리 집 앞에서 울고불고... 정말 귀찮게 죽겠어! 마치 내가 그 여자 가족을 몰살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있잖아!” 고인성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직장 잃게 하는 건 부모를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던데요.” 어찌 보면 일리 있는 말이었지만 지옥순이 그런 걸 인정할 리 없었다. “그건 그 여자가 스스로 한 일이야! 내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송유리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엄마랑 싸울 거야?” “그럼요.” “난 네 엄마야!” “송유리는 내 아내예요.” “고인성!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널 키웠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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