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화
“왜 나와 있어요?”
“마침 별일 없어서.”
송유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고인성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는데 마치 집 거실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커다란 손으로 발갛게 상기된 송유리의 작은 얼굴을 감싸자 차가운 촉감이 전해졌다.
고인성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밖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수업이 있는데 어떻게 안 나가요. 그냥 추위를 좀 많이 타는 것뿐이에요.”
송유리는 고인성을 밀어내려 애쓰며 말했다.
“여기는 회사잖아요.”
“무슨 상관이야, 아무도 없는데.”
고인성에게 안긴 송유리는 시야가 가려진 탓에 고개를 뒤로 젖혀야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꼭대기 층 안내 데스크 직원도 없고 사무실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텅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 갔어요? 퇴근한 건가요?”
송유리는 이 직원들의 대담함에 경악했다.
“대표님 먼저 일찍 퇴근하다니요?”
“회의 중이야.”
“회의요?”
“그럼 인성 씨는...”
송유리는 고인성을 의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회의실로 갔는데 유독 이 남자만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고인성은 그녀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소규모 회의라 내가 참석할 필요 없어.”
송유리는 더 묻지 않고 대신 손에 든 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인성 씨, 주문하신 음식 배달 왔습니다.”
고인성은 희미하게 웃으며 송유리가 들고 있는 봉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대표님 사무실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 배달음식을 제대로 맛봐야겠어.”
무언가 숨은 뜻이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
송유리는 중얼거리며 설명했다.
“그냥 커피 한 잔인데...”
“그래도 제대로 맛봐야지.”
두 가지 의미가 담긴 한 마디였다.
대표님 사무실 문이 닫히자 송유리가 들고 있던 커피가 테이블 위에 던져졌고, 그녀는 고인성에게 이끌려 대표님 사무실 옆의 작은 칸막이 방으로 들어갔다.
등이 문에 닿은 그녀의 두 손은 고인성의 손에 잡힌 채 머리 위로 올려졌다.
뜨거운 입맞춤이 빗방울처럼 빽빽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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