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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30초 후, 고인성은 가죽 소파에 앉아 송유리가 가져온 커피를 손에 든 채 조용히 마셨다. 송유리는 손을 뻗어 커피 컵의 온도를 확인했다. 식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가워졌다. “휴...” 그녀의 따뜻한 커피를 배달하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고인성은 살짝 웃으며 한 모금 더 마셨다. “맛있어.” “원래는 따뜻했는데...” 송유리는 조금 섭섭해했다. 고인성은 그녀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야, 나 평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셔.” 오히려 이 말에 송유리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한겨울에 차가운 거 마신다고요?” “원래 항상 차갑게 마셔.” 송유리는 고개를 홱 돌리며 투덜거렸다. “마셔요. 위 안 좋은 이유가 뭔지 이제 알겠네요.” “...” ‘우리 자기 언제부터 이런 빈정대는 말투를 배웠을까. 하지만 정말 귀엽네.’ “다음엔 얼음 안 넣을게. 됐지?” “쳇.” 송유리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수긍한 것 같자 고인성이 화제를 돌렸다. “집은 다 골랐어?” “네, 골랐어요.” 송유리는 오늘 본 집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집이 정말 가치 있다는 걸 고인성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주려는 듯했다. 고인성은 그녀의 조그마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집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말했다. “네가 좋아하기만 하면 어떤 집이든 가치 있다고 생각해.” “아, 참! 커피도 거기서 가져온 거예요. 주 선생님이 샀거든요. 저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커피를 보니 인성 씨가 생각나서 한 잔 가져왔어요.” 이 한마디에 숨겨진 정보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고인성이 가장 신경 쓴 건 마지막 문장이었다. ‘커피를 보니 내가 생각났다니.' 그 어떤 달콤한 사랑 말보다도 듣기 좋은 한 마디였다. 고인성은 송유리의 손을 잡아 살짝 입 맞춘 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주 닥터가 요즘 평소보다 더 바쁜 모양이던데.” 송유리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썸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녀는 항상 흥분했다. “그럼요. 수술도 하고 환자도 보고, 연구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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