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최근 자주 지옥순이 아들이 장가들고 나서 멍청해졌다고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다. 특히 그 며느리를 ‘여우 같은 계집애'라며, 남자 유혹하는 것 빼곤 아무것도 못 한다고 깎아내렸다.
고성진은 문득 이 기회를 틈타 고인성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고인성이 정말 그 여자 때문에 흔들릴 줄이야.
고성진은 전부터 궁금했다. 총알도 막아낼 듯 차가워 보이던 이 손자에게 도대체 어떤 약점이 있을지.
하지만 이렇게 단단해 보이던 손자가 여자 하나 때문에 변할 줄은 몰랐다.
“신고까지 마쳤으면 네 아내다.”
고성진의 목소리는 느릿하면서도 위엄이 서려 있었다.
“널 바른길로 이끌지도 못한다면 이런 아내가 왜 필요하겠어? 가문도 배경도 없는 그런 여자가 고인성의 아내가 될 수는 없는 일이야.”
“할아버지, 그 사람은 할아버지의 손자며느리예요. 앞으로 이런 말씀은 자제해 주시길 바라요.”
“내 손자를 바른길로 이끌 수 있는지 봐야겠지.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난 손자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고인성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고씨이니 여전히 고 가문의 일원이었다. 피로 이어진 그 관계 속에서 송유리가 고씨 가문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만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고인성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시간 맞춰 올 거지?”
“네.”
“좋아.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고성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고인성은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송유리는 여전히 소파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긴 속눈썹이 숨결에 따라 살짝 떨리고 있었다. 마치 온순한 고양이처럼 말이다.
그런 그녀를 깨우지 않기로 하며 그는 책상에서 메모지를 꺼내 펜으로 몇 마디 적은 후 송유리의 휴대폰에 붙여 놓았다.
그러고는 막 회의를 마치고 나온 명서원과 함께 대영 그룹 본사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송유리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밖이 이미 어두컴컴했다. 배가 조금 고팠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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