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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수상 영화 [모친]은 분명히 그녀의 작품이었다. ‘마지막 편집 작업이 남았는데 그저 웹하드에 잠시 맡겨둔 작품이 대체 어떻게 영화제에 오를 수 있었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시상자가 무대에 올라 선언한 내용이었다. “이번 대학생 영화제 금상 수상자 강하연 씨를 축하합니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강하연은 새하얀 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금상 수상자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이 얼굴이면 그냥 데뷔해도 되겠네.” “외모뿐만 아니라 재능까지 갖췄다니 앞날이 정말 창창하겠어.” 강하연의 차가웠던 입가에 비로소 희미한 미소가 맴돌았고 마침 대기실에서 심윤서와 마주쳤다. 심윤서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고,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강하연, 어떻게 된 일이야? 내 작품이 왜 네 것이 된 거지?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강하연의 미소가 사라졌다. “심윤서, 나한테 무슨 말투야?” 강하연은 거만한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대학생 영화제가 오랫동안 열려왔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어. 하지만 올해는 내가 상을 받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미녀 대학생 작가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어. 그뿐만 아니라 방금 막 [모친] 단편 다큐멘터리를 특별 상영해 달라는 제안까지 들어왔어. 만약 오늘 네가 이 상을 받았다면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 강하연이 윗사람처럼 내려다보는 말투에 심윤서는 화가 치밀어 웃음이 나왔다. “남의 물건을 훔쳐 놓고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심윤서의 말에 강하연은 갑자기 돌변했고 미친 듯이 심윤서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훔쳤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가 훔쳤다고 말하는 거야? 심윤서, 분명히 네가 나한테서 전우빈을 훔쳐 갔어!” 심윤서는 목이 조여 숨을 쉴 수 없었고, 눈앞의 강하연을 충격에 빠진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 도도하던 그 미모의 얼굴에는 지금 이 순간 광기가 가득했다. 심윤서는 문득 인공 호수 사건 때 피범벅이 되었던 그 남자가 강하연이 전우빈 때문에 사람들의 괴롭힘을 받다가 우울증에 걸려 결국 일 년간 휴학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강하연이 손을 높이 들자 손목에 선명하게 박힌 흉터가 드러났다. 그녀는 마치 전리품을 과시하듯 그 자리를 가리키며 말을 뱉었다. “똑똑히 보라고 심윤서. 내가 전우빈 때문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알아? 전우빈은 내 삶의 전부야. 그런 전우빈을 네가 빼앗아 간 거라고. 그깟 영화 한 편으로 그 빚을 갚는다고 쳐.” 목이 조여 숨이 턱턱 막히는 가운데 심윤서는 간신히 목구멍 사이로 말을 짜냈다. “전우빈이 나랑 사귄 건 사실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순간 대기실 문이 발로 걷어차여 열리며 전우빈이 뛰어 들어왔다. “강하연!” 전우빈의 얼굴빛이 순간 백지가 되더니 강하연을 붙잡았다. 강하연이 손을 놓는 동시에 심윤서는 털썩 주저앉았고, 강하연은 그 자리에서 호흡이 가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전우빈은 종이봉투를 꺼내 강하연의 코와 입을 가렸고, 그녀를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괜찮아. 내가 있어. 아무도 너 해칠 수 없어.” 강하연은 전우빈의 옷깃을 움켜쥐었고, 심윤서는 순식간에 투명 인간이 되어버렸다. 전우빈이 고개를 돌려 심윤서를 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심윤서! 무슨 말을 한 거야?” 전우빈은 심윤서의 목에 선명하게 배인 손자국은 보지도 않은 채 그녀에게 심문하듯 물었다. 심윤서는 정신을 가다듬어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영화가 내 것이라고...” “영화?” 전우빈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고작 영화 한 편 때문에 이 지경까지 만들어야 했어?” “고작 영화 한 편?” 심윤서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늘어졌고 문득 무언가가 깨달은 듯 물었다. “전우빈 그 영화 네가 강하연에게 준 거야?” 종이봉투를 들고 있던 전우빈의 손을 살짝 떨더니 그는 입을 열었다. “제작비는 이미 너의 계좌로 넣어놨어. 그럼 내 것이 되는 거 아니야?” 심윤서는 순간 온몸의 혈관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 사실을 그녀는 진작 알아차려야 했다. 그 웹하드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전우빈뿐이었다. 예전에 심윤서는 자랑스럽게 전우빈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은행 비밀번호는 아빠 생일이고 방 비밀번호는 오빠 생일이며 웹하드 비밀번호는 전우빈 생일이라고. 전우빈은 비밀번호를 이용해 그녀의 작품을 훔쳐 갔고 분명 심윤서가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쓰는 눈물과 그리움으로 한 땀 한 땀 엮은 편지 같은 영화를, 제작비를 넣어줬다는 말로 냉정하게 거래로 만들어버렸다. 심윤서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져 흘러내렸고, 전우빈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순간 품 안에서 강하연이 그의 이름을 불렀고, 전우빈은 손을 멈추고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심윤서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강하연, 괜찮아?” 심윤서는 멍하니 강하연과 전우빈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꼭 부둥켜안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세상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연인처럼 보였다. 심윤서는 결국 따질 힘도 잃은 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심윤서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동영상 편집 기록과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장면이 담겨 있었고 [모친]이 그녀의 작품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올리기 버튼을 누르기 직전 심윤서는 머릿속에 강하연이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이 스치며 망설였다. 강하연에게 정말 우울증이 있고 이 해명 글이 올라간다면 그녀가 그 정신적 충격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심윤서가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문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정장을 입은 경비원이 들어와 그녀를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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