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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이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송유서를 바라보았다. 은은한 촛불 아래 그녀의 얼굴은 고요했고 멀게 느껴졌으며 심지어 옅은 혐오마저 어려 있었다. 그 안에는 더 이상 예전의 온순함도 인내도 없었고 그가 믿고 있던 숨겨진 연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철저한 냉담뿐이었다. 그는 마침내 더없이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녀를 잃었다는 것을. 그것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이원은 침상 가장자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마지막으로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모습을 영혼 깊은 곳에 새기려는 듯이 말이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혼이 빠져나간 껍데기처럼 휘청거리며 방을 나가 끝없는 밤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날 밤 이원은 변방의 차가운 거리에서 목적 없이 걸었다. 마침내 문을 닫지 않은 허름한 주막에 들어가 몸에 지닌 값나가는 것들을 모두 내놓고 가장 독한 소주 한 단지를 바꾸었다. 그는 차가운 돌계단에 앉아 고개를 젖힌 채 매운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렇게 해야만 가슴을 갉아 먹는 고통과 공허를 억누를 수 있는 듯했다. 덕안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거리 모퉁이에 웅크린 채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마르지 않았고 입가에서는 흐릿하게 숙빈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덕안은 눈물을 머금고 몇몇 시위와 함께 거의 얼어 죽을 듯 차가워진 이원을 역참의 객사로 업어 옮겼다. 의관을 불러 약을 먹였으나 이원은 계속 혼미한 채 고열이 가시지 않았고 잠꼬대가 끊이지 않았다. 이내 숙빈에게 가지 말라고 외치다가 또 심하진을 죽이겠다며 고함치고 다시 쉬어버린 목소리로 잘못을 말하며 통곡했다. 덕안은 침상 곁을 지키며 수척하고 창백한 얼굴과 헝클어진 수염을 바라보며 괴로운 잠꼬대를 듣고는 가슴이 미어졌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어찌 그리하였을까.’ ‘저하께서는 어찌 이리 스스로를 괴롭히십니까.’ 이원은 역참의 객사에서 수일을 혼미하게 지냈다. 어깨뼈의 화살 상처는 그날 밤의 소동과 한기에 다시 악화되어 곪아 고름이 흐르고 열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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