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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시각, 김씨 가문의 결혼식장. 호화로운 장식과 찬란한 조명이 어우러져 결혼식장 전체를 꿈결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로 물들이고 있었다. 김도균은 단상 위에 서 있었고 옆에서 사회자가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이미 권서아에게 가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서아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지루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을까, 아니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날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는 심호흡을 하며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심장 박동을 억눌렀다. 바로 그때, 식장의 대문이 천천히 열리며 우아한 음악 소리와 함께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배수진이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김도균의 시선은 순식간에 그녀에게 쏠렸다. 황홀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마치 권서아가 자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굳건히 걸어오는 듯한 환각에 빠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다워서 김도균은 잠시 넋을 잃었다. 그러다 배수진이 코앞에 서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 후에야 정신을 번쩍 차리며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정말 미쳤군!’ 결혼식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이윽고 반지를 교환하는 순서가 되자 현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배수진 양, 당신은 눈앞의 이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겠습니까? 아프나 건강하나, 가난하나 부유하나, 당신은 영원히 그에게 충실하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배수진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회자가 김도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도균 군, 당신은 눈앞의 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겠습니까? 아프나 건강하나, 가난하나 부유하나, 당신은 영원히 그녀에게 충실하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까?” 김도균은 잠시 멈칫했고 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뇌리에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권서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고귀한 출신의 배수진이야말로 결혼 상대로서 최적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대답을 하기 위해 막 입술을 떼려던 찰나, 식장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도균 씨, 정말로 저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거예요?” 맑고 낭랑하면서도 서슬 퍼런 목소리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식장 안에 울려 퍼졌다. 김도균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돌아보았다. 문가에는 강렬하고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은 권서아가 경호원 몇 명을 대동한 채 서 있었다. 권서아를 마주한 순간 김도균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더니, 이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김도균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부모님이 재빨리 권서아 앞을 가로막았다. 한선희는 혐오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권서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권서아 씨라고 했나? 우리 도균이랑 사귀었던 건 알지만, 이미 헤어진 사이 아닌가? 김씨 가문은 아무나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이렇게 염치없이 들러붙는 건 너무 급 떨어지는 짓 아닌가!” 곁에 있던 김성철 역시 경멸 어린 눈빛으로 코웃음을 쳤다. “근본도 없는 천한 것 같으니라고! 오늘은 내 아들과 배씨 가문 아가씨의 경사스러운 날이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난동을 피워!” 한선희는 권서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맞아, 본인 처지를 좀 알라고. 수진이는 배씨 가문의 귀한 따님인데, 너랑은 하늘과 땅 차이란 말이야. 좋은 말로 할 때 눈치껏 여기서 나가. 더 망신당하기 전에!” 권서아는 독설을 퍼붓는 그들을 바라보며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 배씨 가문 아가씨요? 그렇게 귀한 신분이라면서, 왜 이 결혼식에 배씨 가문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거죠? 배씨 가문에서 이 결혼식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이 배씨 가문 아가씨라는 분에게 배씨 가문 사람들이 차마 참석도 못 할 만큼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객들이 수군거리자 김성철과 한선희의 얼굴이 몹시 일그러졌고 두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배수진에게 향했다. 그러자 배수진의 눈동자에 잠깐 당혹감이 스쳤지만 그녀는 짐짓 태연한 척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와 오빠가 나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내 결혼식을 무시할 리가 없어! 지금 못 오신 건, 갑자기 아주 큰 계약 건이 생겨서 그래. 일이 끝나면 바로 달려오실 거야!” 그 말에 권서아가 코웃음을 쳤다. “아, 그래? 배씨 가문의 금지옥엽이라면서? 집안의 공주님이 결혼하는데 아무리 큰일이 있더라도 일단 뒤로 미뤄야 하는 거 아닌가?” 배수진은 말문이 막힌 듯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권서아는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갔다. “어쩌면 당신은 배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라, 가짜일지도 모르겠네!” 하객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배수진은 쏟아지는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고개를 뻣뻣이 들고 말을 이었다. “헛소리하지 마! 도균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서 내 신분을 함부로 의심하는 모양인데, 식 시작 전에 아빠와 오빠랑 통화도 했어!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진 반드시 오겠다고 하셨단 말이야!” 배수진이 확신에 차서 말하자 김성철과 한선희는 그제야 안심하며 다시 권서아를 향해 멸시 어린 시선을 던졌다. “이 미친 여자가, 수진이 발끝에도 못 미치는 주제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행패야. 당장 이 미친 여자를 끌어내! 우리 눈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내보내!” “허!” 권서아는 차갑게 비웃었다. “내가 바로 진짜 배씨 가문의 아가씨인데, 정말 나를 끌어내겠다는 거예요?” 그 말에 경호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주춤거렸다. 배수진은 멍해진 한선희를 보며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배씨 가문 아가씨인 척 사칭하려던 사람이 너였구나. 얼른 이 미친년을 끌어내지 않고 뭐 해!” 정신을 차린 한선희가 즉시 경호원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권서아의 경호원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그녀를 보호했다. “무엄하다! 누가 감히 우리 아가씨 몸에 손을 대!” 사람들이 뒤엉켜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 문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씨 가문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웅성거리던 식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고 모든 이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쏠렸다. 곧이어 고급 승용차들이 한 대씩 몰려와 입구 앞에 가지런히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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