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장
강하나는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민망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은 단정우의 감독이고 감독은 곧 배우의 상사나 다름없었다.
‘상사가 부하 직원 앞에서 부끄러울 게 뭐야?’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웠다. 그러고는 자신감 있게 고개를 들고 일부러 바짝 굳어진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 스타일 꽤 특별하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단정우는 그녀를 비웃기는커녕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눈빛으로 어딘가 안쓰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밤, 제가 같이 갈게요.”
“... 네?”
“정인 씨가 급한 일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하나 씨를 제대로 보호할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자청해서 가겠다고 했어요. 그쪽도 동의했고요.”
‘이정인 이 자식, 이렇게 중요한 걸 왜 미리 안 알려준 거야!’
알았으면 굳이 이렇게까지 변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단정우가 함께 간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놓였다.
“그럼, 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강하나는 돌아서서 위층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단정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가 이내 바로 놓았다.
“여기서 드래곤베이까지 보통 차로 40분은 걸려요. 지금 이미 7시 30분인데, 늦고 싶어요?”
‘진경준 같은 인물을 만나러 가는 자리인데, 늦을 수는 없지.’
강하나는 자신의 모습을 가리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상태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단정우가 피식 웃었다.
“애초에 이렇게 가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맞긴 맞다. 하지만 그건 이정인이랑 함께일 때 이야기였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나란히 걸어야 하는데, 자신은 이런 꼴이라니...
강하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시간은 이미 촉박했다. 어쩔 수 없이 가방을 집어 들고 단정우를 따라나섰다.
조우재는 이미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단정우와 강하나가 다가오자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하나 씨는요? 같이 안 가요?”
강하나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 저 여기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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