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장
강하나가 다가오는 박재헌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본 순간 단정우는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방금 산 분홍 장미도 그의 손아귀에서 형체를 잃고 뭉개졌다.
그러나 자신이 강하나의 손길을 피했을 때 그녀가 당황하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후회했다.
지금까지 공을 들여서 쌓아 온 신뢰가 단 한 번의 행동으로 무너질지도 몰랐다.
“대표님! 하나 씨! ”
이때 마침 멀리서 조우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하나는 단정우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가요.”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조우재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단정우는 바로 따라가지 않았고 대신 몸을 살짝 틀어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은색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미소를 지은 채 곁에 있는 여자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분명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고 서로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오직 본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설명할 수 없는 적대감이 번졌다.
“단 대표님!”
조우재가 다시 부르자 단정우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뒷좌석 문을 열려다가 조수석에 앉아 있는 강하나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국 뒷좌석에 올랐다. 술을 마셨으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 적막이 흘렀다. 단정우는 뒷좌석에 기대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고 강하나는 창문을 내려 조용히 밤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운전 중인 조우재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지만 섣불리 물어볼 수도 없었다.
결국 조우재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하나 씨, 웬일로 조수석에 앉으셨어요? 이러니까 대표님이 저희 둘의 상사 같아 보이는데요?”
하지만 강하나는 대답을 피하고 대신 조우재에게 장난스럽게 응수했다.
“우재 씨, 운전할 때 말해도 되는 거였어요?”
“하하, 두 분이 말이 없으니까 분위기 좀 띄워보려 했죠.”
그러자 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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