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허지영의 말이 뚝 끊겼다.
지금 진실을 털어놓으면 옛이야기가 줄줄이 딸려 나올 터였다. 서수민은 아이에게 과거를 들려주지 말고 그 사람들과도 엮이지 말게 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자니 서지수의 얼굴에는 못 믿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건 나도 몰라.”
잠시 숨을 골랐던 허지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나는 세계 각지에서 잘생긴 남자나 꼬시고 다녔거든. 그런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 쓸 틈이 있었겠어?”
통화가 끝난 뒤, 서지수는 한참 동안 정원 벤치에 앉아 허지영의 말을 곱씹었다.
허지영은 불같은 성격에 농담을 즐기지만, 자신이 이혼하고 생활이 빠듯하다는 걸 알았을 때조차 이런 식으로 놀릴 사람은 아니었다.
달리 말하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모두 사실이라면 서수민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서지수는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수요일에 소채윤이나 신재호를 데리고 서승준을 만나러 갈 생각이다. 서승준은 서수민과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이니, 아무것도 모를 리 없었다.
해가 저물 무렵.
서지수는 팀원들과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차려 놓았다. 모두가 둘러앉아 막 젓가락을 들려던 순간, 진수혁이 나타났다. 검은 셔츠 소매를 걷어 힘줄이 드러난 팔 한 토막까지 절제된 분위기가 시선을 끌었다.
그가 들어서자 모두가 일어서서 인사했다.
“진 대표님!”
진수혁의 눈길이 테이블을 천천히 훑다가 서지수에게 잠시 머물렀다. 그 장면을 여러 사람이 놓치지 않았다.
“그냥 들렀어요.”
낮고 안정된 목소리가 또렷이 울렸다.
“계속 드세요.”
“오신 김에 다 함께 진 대표님께 한 잔 올립시다.”
프로젝트 총괄이 술을 따라 건네며 다른 이들에게 눈짓했다.
“진 대표님이 챙겨 주시는 건 영광이죠.”
모두가 잔을 들었다.
서지수 역시 잔을 들었지만, 그녀의 잔에는 미리 따라 둔 주스가 담겨 있었다.
진수혁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서지수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잔으로 옮겼다. 눈치채지 못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지수 씨, 주스 말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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