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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서지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금까지 수군대던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서지수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온수기가 물을 붓는 소리만 맴도는 탕비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지수 씨, 물 뜨러 왔어요?” 양희지가 먼저 말을 꺼내며 상황을 떠봤다. ‘혹시 방금 우리 얘기를 들은 건가?’ 서지수는 담담히 대답했다. “네.” 양희지는 더 불안해졌다.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마음 깊숙이 스몄다. “잠깐 앉아서 쉬다 가요. 일하다 보면 피곤하잖아요.” 양희지가 다시 말을 잇자 옆에서 한 사람이 거들었다. “근무 시간에 여기서 쉬고 있으면 또 일 안 한다, 신분이 달라서 슬쩍 땡땡이친다 같은 소문 나올걸요.” 정예원이 직설적으로 받아쳤다. 또 다른 동료가 말했다. “지수 씨 실력 다들 알잖아요. 누가 뒷말하면 저희가 바로 반박할게요.” “맞아요, 우리 일등 공신이랑 척을 지다니 말도 안 되죠.”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있잖아요.” 원래 서지수는 방금 들은 험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렇게까지 태연하게 포장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었다. 발길을 멈춰 몸을 돌린 서지수는 예전의 부드러운 표정 없이 차갑게 말했다. “뒤에서 제 얘기한 사람, 바로 당신들이잖아요.” 그 한마디에 얼굴빛이 싹 변했다. 양희지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저는 지수 씨를 친구로 생각해요. 그런 말을 할 리 없죠.” 다른 사람들도 얼른 맞장구쳤다. “누가 헛소문 퍼뜨린 거 아닐까요?” 서지수는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컵을 들고 탕비실을 나갔다. 차가운 뒷모습만 남겼다. 그녀가 이렇게 무심히 돌아서자, 양희지는 속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괴로웠다. 차라리 서지수가 대놓고 화를 냈다면 덜 불편했을 텐데 말이다. 밖에서 정예원이 물었다. “한마디라도 해 주지 그랬어요.” “멍청한 사람이랑 싸워 봐야 얻는 건 시간 낭비뿐이라고 했어요.” 서지수는 이미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저런 사람들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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