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그날, 창밖으로 하얀 눈발이 소리 없이 흩날렸다.
한서율은 유리창에 맺힌 성에 너머로 펼쳐진 겨울 풍경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순백의 담요로 덮인 듯 고요했다.
그때, 뒤에서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하해요.”
민재하가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양털 코트를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오늘은 당신 소설이 상을 받은 특별한 날이잖아요. 축하 겸해서,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요.”
...
그날 밤, 두 사람은 민재하가 예약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고층 빌딩의 최상층... 그곳은 세 면이 통유리로 된 프라이빗 룸이었다.
창밖에는 네온 불빛이 반짝이며 도시의 밤을 수놓고 테이블 위에는 붉은 장미와 수정 촛대가 놓여 있었다.
은은한 클래식 선율이 잔잔히 흐르며, 공간을 따뜻하게 채웠다.
“수상 축하해요, 서율 작가님.”
와인잔이 맞닿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스쳤다.
“고마워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재하 씨 덕분이에요.”
잠시 후, 민재하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색이 바랜 붉은 실로 묶인 오래된 편지 뭉치였다.
그는 그것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제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어서 열어보세요.”
한서율은 살짝 떨리는 손길로 실을 풀었다.
낡은 편지봉투에는 만년필로 쓴 흐릿한 글씨가 남아 있었고 모서리에 새겨진 ‘M’ 자가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건...?”
“고등학교 시절, 서율 씨가 ‘Z’라는 사람과 주고받았던 편지예요. 모두 43통이죠.”
한서율은 맨 위의 편지를 꺼내 펼쳤다.
종이는 누렇게 바랬지만, 열여섯 살 소녀의 글씨는 여전히 또렷했다.
그 순간,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이 열렸다.
...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소설을 쓰며 수많은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모두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문학 커뮤니티에서 ‘Z’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민재하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원고를 편지로 보내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미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였지만, 그녀는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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