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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빗속을 가르며 멀어져 갔다. 차가운 빗물이 한서율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위로 눈물이 섞여, 빗방울과 함께 떨어졌다. 그녀는 지금 저택 입구의 젖은 콘크리트 위에 서 있다. 손끝에는 아직 식지 않은 윤재헌의 피가 붉게 배어 있었다. 그때, 한 줄기 눈 부신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갈랐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멈춰 서더니, 민재하가 우산도 쓸 겨를도 없이 뛰어내렸다. 그는 젖은 바람을 가르며 곧장 그녀를 끌어안았다. “서율 씨, 괜찮아요. 다 끝났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그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자, 그 품에서 익숙한 우드 향이 은은히 퍼졌다. 그의 팔이 단단히 감겨 갈비뼈가 살짝 아플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품 안에서는 더 이상 몸이 떨리지 않았다. ... 차 안은 따뜻한 히터 바람으로 가득했다. 창밖에는 비가 그치고, 희미한 불빛만이 젖은 도로 위를 비추고 있었다. 민재하는 두 손으로 담요를 한층 더 여며주며 말했다. “저는 지난 며칠 동안 일곱 개 기업과 손을 잡았어요. 그 결과, 라온 그룹의 시장 지분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어제 법원에서 윤 대표님 명의의 자산 전부가 압류됐고, 이제 윤 대표님은... 빈털터리가 됐어요.” 그제야 한서율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당신 상처는 어때요? 그날 이후로... 아직 제대로 회복 못 했잖아요.” 민재하는 잔잔히 웃었다. 그 미소에는 묘한 따뜻함이 스며 있었다. “이젠 다 나았어요. 오히려 걱정되는 건 당신이에요. 서율 씨, 당신을 지킬 방법쯤은 저한테 많아요...”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등을 천천히 감싸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저를 믿어도 돼요.” ... 그날 이후, 한서율은 민재하의 산 중턱 별장에서 지냈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민재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재택근무로 보냈고 그녀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글을 썼다. 한쪽에서는 키보드 소리가, 다른 쪽에서는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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