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시간은 윤재헌의 저택 안에서 멈춘 듯 흘러갔다.
그는 세상의 모든 빛나는 것들을 찾아 그녀 앞에 내놓았다.
경매장에서 사들인 고가의 골동품, 맞춤 제작된 드레스와 희귀한 보석, 그녀만을 위해 블렌딩한 향수까지 매일 새로운 선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떤 값비싼 것들도 한서율의 마음속에 그림자 하나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녀는 정원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조용히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또 하나의 섬 같았다.
윤재헌은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잠시 취미 삼아 글을 쓰고 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오지훈이 태블릿을 내밀며 말했다.
“대표님...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이 서려 있었다.
화면 속에는 한서율의 이름으로 연재 중인 소설이 띄워져 있었다.
윤재헌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설을 읽어 내려갈수록, 얼굴의 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인생은 한서율의 현실을 그대로 베껴낸 듯했다.
가짜 결혼, 배신, 절벽 아래로의 추락, 그리고 잃어버린 아이까지...
그리고 그 이야기는 순식간에 세상을 뒤흔들었다.
댓글 창은 폭풍처럼 들끓었다.
누군가는 윤재헌을, 누군가는 한씨 가문을, 또 누군가는 그 둘 모두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대표님, 요즘 회사에 타격이 큽니다. 여론이 더 악화하면 협력사들도...”
“그만.”
윤재헌은 그의 말을 끊었다.
“이게... 서율이가 바라는 거라면, 그냥 둬.”
오지훈은 오랫동안 윤재헌의 곁에서 일해 왔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를.
윤재헌은 민재하가 라온 그룹을 흔드는 일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 라온 그룹이 한서율의 손에서 천천히 무너져 가는 일에는 이상하리만치 침묵했다.
아마 그것이, 그가 스스로 선택한 속죄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
며칠 후, 한서율의 소설은 거센 폭풍처럼 세상을 휩쓸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문장들은 칼날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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