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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이혼하자

줄곧 결벽증이 있던 내 남편이 여자 후배와 물 한 병을 같이 마시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더 이상 이 사람과 부부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혼하자고 먼저 제기하니 그는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고작 물 한 병 가지고 이렇게까지 유난을 떨어야겠어?” 남편 조준우의 불만스러운 얼굴을 보고도 내 결심은 확고했다. ‘당연하지...’ ...... 그리고 내가 방금 마셨던 물병을 신경질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더욱 차갑게 식어버렸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나와 물컵 하나도 같이 쓰기 싫어했다. 어쩌다 내가 착각하고 그의 물을 마시게 되었다고 해도 그는 주저하지 않고 컵째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무리 그 컵이 전 세계에서 몇 개 없는 한정판일지라도 말이다. 이 순간, 나는 마치 저 컵이 나처럼 차갑게 버려져 산산조각이 난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오늘 봤던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연수라는 사람이 오늘 나한테 그 영상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조준우의 결벽증이 그가 말한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다른 사람과 물 한 병을 나눠마실 수 있었다. 화면 속 오연수는 핸드폰으로 브이로그를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조엔 그룹 회식 현장인데요. 이분은 저희 조 대표님... 너무 잘생겼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여러분한테 비밀 하나 알려드리는데 대표님이랑 저는 꽤 친한 선후배 사이라 나중에 일자리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화면이 바뀌더니 오연수는 물 한 병을 들고 몇 모금을 마시는데 갑자기 조준우가 나타나 한마디 했다. “연수야, 이거 내 물이야.” “아, 죄송해요! 제 물인 줄 알고 그냥 마셔버렸네요.” “넌 참...” 조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한껏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환장하게 만든 건 다음 행동이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조준우는 그 물을 바로 마셔버렸다. 분명 오연수가 마셨던 물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입을 대고 마시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죽고 싶은 기분까지 들었다. ‘결벽증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아니지, 어쩌면 나한테만 그랬을 수도?’ 원래는 오늘 조준우를 대신해서 그의 어머니 뵈러 가려고 했지만 순간 그럴 마음이 싹 사라져 가지 않았다. 역시나 30분도 채 안 되어 조준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오더니 그는 왜 가지 않았는지 따져 묻기 시작했다. “피곤해, 안 가고 싶어.” “심현주,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네가 이런 식이면 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잘 들어, 난 절대 너랑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 조준우의 차가운 말이 수화기를 넘어 내 심장을 찔렀다. 순간 나는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어. 지금 이쪽으로 와줘, 우리 얘기 좀 하자.” 그렇게 조준우는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보란 듯이 그의 컵으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역시나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마셨던 물컵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더욱 이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한참 동안 깨진 물컵을 바라보다가 나는 그에게 서류봉투를 건넸다. “보고 나서 문제없으면 사인해.” “이건 또 뭐 하자는 플레이야? 요 며칠 그렇게 난리 쳐 놓고 아직도 모자라? 너 때문에 내가 지금 프로젝트를 몇 개나 날려 먹은 줄 아냐고!”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는 말에 나는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내가 얼마나 미우면 모든 탓을 나한테 돌릴 수 있을까?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못한 건 단지 상대방 쪽에서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나도 조준우가 이번 프로젝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회사의 임원들은 이렇게 낮은 가격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고 그를 말렸다. 그러나 그들도 조준우를 설득하기 힘들어 보이자 나에게 부탁해서 내가 이 프로젝트를 막았다. 비록 프로젝트는 잃었지만 회사의 자금 유실은 막을 수 있었는데도 이걸 전부 내 탓으로 돌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차피 저 사람과 이혼할 마당에 이제 저런 원망도 나로서는 아무렇지 않았다. “이혼 합의서인데 한 번 봐봐. 준우 씨가 소유한 땅이나 물건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고 성남의 그 작은 아파트는 혼전 재산이니까 그것만 내가 가질게.” “뭐?” 방금까지 내가 건넨 서류를 보지도 않고 책상 위에 던져놓았던 조준우는 그게 이혼 서류란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한껏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서류를 읽어본 뒤에는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심현주, 아이 하나 낳자고 이제는 이혼으로 협박까지 하는 거야?” “협박이 아니라 진짜 당신이랑 이혼하고 싶어. 난 이미 사인했으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준우 씨도 사인해.” 나는 덤덤한 얼굴로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조준우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지더니 나에게 되물었다. “왜?” 이혼 사유를 묻는 모습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오늘 오연수가 보냈던 영상을 틀어줬다. 그러나 조준우는 영상을 다 보고 나서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고작 연수랑 같이 영상을 찍어서?” “준우 씨 물을 마셨잖아.” 나의 진지한 얼굴에도 조준우는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심현주, 이제는 다른 사람이랑 물 한 병도 못 마시게 막는 거야?” “두 사람이 물 한 병을 나눠 마셨어.” “조준우 씨, 진짜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방금 나한테는 어떤 행동 했는지 벌써 잊어버린 거냐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우리 심씨 가문에 대한 은혜를 생각해서 많이 참고 양보했는데 조준우한테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나 보다. 오늘날 조엔 그룹이 지금처럼 성대하게 변한 것도 우리 심씨 가문의 도움이 많이 컸을 텐데 그들은 여전히 나를 개미 보듯이 무시하곤 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할 때마다 나는 조준우에게 거의 빌다시피 협조해 주기를 부탁했지만 그는 매번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만 했다. “난 절대 심현주라는 여자와는 아이를 낳지 않을 거야.” “그리고 오연수랑 물 한 병을 나눠 마셨다고 이렇게 이혼하겠다고 고집부려야겠어?” 비록 조준우의 말투가 아까보다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은 여전했다. 이 혼인을 나만 억지로 끌고 온 느낌이 들었고 내가 노력한 모습을 언젠가는 조준우도 알아봐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그런 생각이 들 리가 없다. “우리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나랑은 물 한 컵도 나눠마시기 싫어하던 사람이 다른 여자랑은 괜찮았던 거야?” 내 질문에 조준우가 말을 더듬거렸다. “난...” “됐어. 변명할 필요 없어. 나도 3년 동안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그만 이혼하자.” 나는 다시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나의 단호한 말투에 조준우는 또다시 심가가 불편해졌는지 방금까지 침착하게 해명하려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좋아, 심현주, 네가 먼저 이혼하겠다고 난리 쳤으니까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마!” “절대 그럴 일은 없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쉬웠던 마음도 이제는 모두 그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나는 예전부터 조준우와의 결혼을 꿈꿔왔던 사람이다. 설령 그때 우리 심씨 가문의 재산 절반을 들여 이 호화로운 결혼을 강행했을지라도 나는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후 조준우의 냉담한 태도에도 언젠가는 내 노고를 알아줄 거라고 여태껏 기다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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