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그는 자신이 어떻게 차를 몰고 연구원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사무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유재민은 아무 데도 기댈 수 없는 공허함을 진하게 느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저 형식상의 결혼식이 취소되었을 뿐이고 오랫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사람이 사라졌을 뿐이다.
그동안 수년간 규칙적이고 목표가 명확했던 생활에 비하면 하찮기 그지없다.
그런데 왜 가슴 한쪽이 마치 도려낸 듯한 느낌이 드는지 이해가 안 갔다.
똑똑!
선명한 노크 소리에 그는 정신이 들었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채유진이었다.
“선배님, 전에 수집했던 데이터랑 비교, 분석을 해야 하는데...”
유재민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지만 데이터라는 말에 또다시 서나연이 떠올랐다.
모든 중요한 데이터의 백업은 그가 가지고 있었다.
“찾아볼게.”
유재민은 간단히 말하고 일어나 파일 캐비닛으로 향했다.
캐비닛 문을 여는 순간, 그는 다시 멈칫했다.
기억 속의 깔끔하게 정리된 파일이 아니었다.
여러 프로젝트의 폴더가 뒤섞여 있었고 제때 정리되지 않은 자료가 틈새에 마구 끼워져 있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서나연이 거의 일주일 동안 와서 정리해 주지 않았다는 것을.
예전에는 그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서나연은 언제나 깔끔한 캐비닛에서 정확하게 찾아 손에 쥐여 주곤 했다.
그는 감정을 꾹 억누르며 파일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마음속 분노는 치솟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익숙한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치밀었다.
채유진은 한쪽에서 그런 유재민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연 언니도 참... 기분이 아무리 안 좋아도 업무 인수인계는 해야죠.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들이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 지금 프로젝트가 멈췄고 팀 전체 일정에 영향이 가잖아요.”
유재민은 파일 더미를 뒤적이다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데이터는 내가 나연이한테 맡긴 거야.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이지.”
채유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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