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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눈을 부릅뜬 진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민도준을 바라보았다. 민도준의 말은 그녀에게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 터무니없고 끔찍한 한마디였다. 민도준은 급히 덧붙이며 진나연을 달래려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절대 네가 평생 앞을 못 보게 두지 않을게. 내 인맥을 총동원해서, 도시 전체를 뒤져서라도 적합한 각막을 찾을 거야. 새 각막을 찾아서 네 시력 회복 수술을 해줄게. 그냥 며칠만 기다려... 하지만 수아 쪽은 하루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야!” “민도준!” 독사에게 손이 물린 것처럼 민도준의 손을 힘껏 뿌리친 진나연은 광기 어린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너 미쳤어?! 너 정말로 내 눈을, 나를 살아있는 채로 묻으려 했던 그 살인마한테 기증하겠다는 거야? 수아는 앞을 못 보는 것뿐이지만 나는 죽을 뻔했어! 이게 무슨 대가라는 건데? 너 도대체 양심이라는 게 있는 거야?” 진나연은 손에 잡히는 물컵, 약병, 베개 등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눈물은 쏟아지듯 흘러내렸다. “꺼져! 당장 꺼져!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내 눈은 절대 못 줘! 안 줘!” 미친 듯이 날뛰는 진나연의 모습을 본 민도준은 눈에 고통과 갈등의 빛이 살짝 스쳤지만 그 갈등은 심수아의 안전에 대한 걱정과 그녀에게 진 빚이라는 굴레 아래에 눌려 서서히 사라졌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민도준은 차갑고 단호한 눈빛으로 진나연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필사적인 발길질과 울부짖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목뒤를 정확히 강타했다. 비명을 뚝 멈춘 진나연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진나연은 그녀를 안아 올리는 민도준의 차갑고 단호한 팔을 느낄 수 있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흐리멍덩한 상태로 잠에서 깬 진나연은 눈앞에 까마득한 어둠이 펼쳐진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만져보니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민도준은 정말로... 정말로 그녀의 각막을... “악...!” 찢어질 듯한 절망과 증오가 담긴 비명이 진나연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나연아! 깼어?” 조심스러워하는 민도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컨디션은 어때? 불편한 데는 없어?” “꺼져! 당장 꺼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필사적으로 팔을 휘두른 진나연은 겨우 한마디 했다. “민도준! 너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 증오해! 세상에서 가장!” 민도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나연아, 진정해. 나는...” “꺼져!” 진나연은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격렬한 감정의 파동에 온몸이 휘청거려 하마터면 다시 기절할 뻔했다. 진나연의 모습을 본 민도준은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일단 먼저 진정해.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 민도준이 걸어 나가는 발소리를 들은 후 진나연은 병상에 주저앉았다. 엄청난 절망과 어둠이 진나연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어머니를 잃고 아내로서의 존엄을 잃었으며 이제는 빛마저 잃었다.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사람은 그녀가 뼈저리게 미워하는 그녀 엄마의 원수 심수아와 한때 뼛속까지 사랑했던 남편 민도준이었다. 눈물은 이미 메말라 버린 듯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저 목구멍에서만 갇힌 짐승들의 억눌린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이후 며칠 동안 민도준은 거의 진나연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밥을 떠먹여 주고 몸을 닦아주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하지만 진나연은 여전히 생명이 없는 인형처럼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그 수술 이후 완전히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날 한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나연 씨, 이제 검사하러 가야 해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진나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 한참 걷다 보니 주변 소리가 점점 더 시끄러워졌고 마치 병동을 벗어난 것 같았으며 심지어 병원 건물을 나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순간 강한 불안감이 밀려와 걸음을 멈춘 뒤 한마디 물었다. “간호사님, 검사실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해요?” 그러나 곁에서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간호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뼈저리게 미워하는 목소리의 주인이 조롱과 악의를 여실히 드러내며 그녀의 귓가에 한마디 했다. “히히, 장님이라니까 재밌네. 그냥 속여도 금방 끌려 나오네.” 심수아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은 진나연은 날카롭게 소리쳤다. “심수아! 너 뭐 하는 거야!” 그러자 심수아는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네 눈으로 보니까 특별히 선명하고 잘 보여서 좋더라. 고마움의 표시로... 너한테 미리 점자길 걷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여기까지 말한 뒤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넌 병원 밖으로 끌려 나왔어. 병원 정문까지는 대략 500미터 거리야. 기회를 줄게. 네가 스스로 걸어서 병원으로 돌아가 봐. 대신, 시간은 딱 5분이야.” 심수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나연은 뒤에서 사나운 개 몇 마리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큰 개들이 땅을 파헤치며 초조하게 움직이는 소리 같았다. 심수아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들었지? 5분 안에 병실로 돌아가지 못하면 며칠 동안 굶주린 이 귀여운 친구들이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너한테 달려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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