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화

어릴 적부터 개를 무서워했던 진나연은 개 짖는 소리를 듣는 순간 공포감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떨리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앞으로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겨우 몇 걸음 걷었을 뿐인데 발끝이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그러고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금속 물통이 넘어지며 뜨거운 물이 그녀의 발등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아악!” 찌르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진나연의 모습을 본 심수아는 옆에서 비웃으며 말했다. “어머, 깜빡했네. 500미터 길 사이에 너를 위해 장애물들을 설치해 뒀으니까 조심해서 피해 다녀야 해.” 이를 악문 진나연은 발등이 뜨거운 물에 덴 고통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어둠에 판단력이 흐려진 진나연은 이내 날카롭고 촘촘한 무언가를 밟은 것을 느꼈다. 못이었다! 긴 철못들이 진나연의 얇은 환자복 바지와 슬리퍼 밑창을 뚫고 발바닥 깊숙이 박혔다. “악...!” 격렬한 고통에 거의 기절할 뻔한 진나연은 몸을 휘청이며 쓰러질 뻔했다. 발바닥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피범벅이 된 발을 빼내고는 다시 앞으로 기어가듯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발밑이 갑자기 허공에 뜬 느낌이 들었다. “아악!” 균형을 잃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몸 이곳저곳을 부딪치자 온몸이 아파왔고 그 고통에 몸을 웅크린 진나연은 앓는 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심수아는 마치 환상적인 서커스를 구경하듯 큰 소리로 웃었다. “정말 재밌네! 진나연, 네가 일어나는 모습 진짜 개 같아! 하하! 하하하!” 너무 큰 고통에 진나연이 이제는 포기하고 사나운 개들에게 물어뜯길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익숙하면서도 끓어오르는 분노가 담긴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수아! 너 뭐 하는 거야?!” 민도준이었다. 진나연은 이내 익숙하고 상쾌한 향기가 느껴지는 품에 꼭 안겼다. 안쓰러우면서도 두려움에 찬 민도준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나연아! 겁내지 마. 내가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다 괜찮아...” 민도준은 진나연을 달래며 복잡한 감정을 담아 심수아에게 말했다. “수아야! 너 대체 왜 이래! 나연이는 금방 수술을 받아 눈도 아직 보이지 않아. 그런데 어떻게 나연이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심수아는 대수롭지 않은 듯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냥 장난이었어. 진나연이 이렇게 약할 줄 누가 알았나 뭐.” 민도준도 심수아를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더 이상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숙여 진나연을 품에 안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 “나연아, 좋은 소식이 있어. 너에게 적합한 각막을 찾았어! 지금 바로 병원으로 돌아가서 수술 날짜 잡을게!”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 진나연이었지만 이 남자에 대한 마음은 진작 사라졌기에 지금 이 순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앞의 붕대가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흐릿한 빛이 점점 선명해진 후 처음으로 본 것은 민도준의 얼굴이었다. 민도준이 죄책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얼굴로 물었다. “나연아, 보여?” 민도준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편 눈을 깜빡이며 오랜만의 빛에 적응하는 진나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민도준은 이내 사과하듯 말했다. “나연아, 미안해. 내가 널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 수아 쪽은... 내가 이미 혼냈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바라본 진나연은 눈빛이 평온했지만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어떻게 혼낸 건데?” 진나연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 민도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어색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게... 내가 벌을 주기로 했어. 오늘 저녁에... 밥 한 공기 덜 먹으라고 했어.” 순간 멍해진 진나연은 이내 낮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점점 커진 웃음소리는 결국 눈물이 섞인 광기 어린 웃음으로 변했다. 이내 온몸을 떨며 웃더니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밥 한 공기 덜 먹으라고 했다고?’ 이것이 바로 그녀의 목숨을 여러 번 노리고 눈을 빼앗았으며 존엄을 짓밟은 그 여자에게 내린 민도준의 벌이란 말인가?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