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도우미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저...저기,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염미정은 더 말 섞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하며 휴대폰을 열어 미리 저장해둔 CCTV 영상을 재생해 보여줬다.
도우미는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고 순식간에 공포로 질린 얼굴이었다.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미주 아가씨가 시켜서 저는 어쩔 수 없이 한 거예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염미정이 말했다.
“지금 당장 삼계탕 끓여서 병원으로 가져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구시헌이나 염미주가 나에 관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죠?”
“미정 아가씨가 아파서 미주 아가씨에게 옮길까 걱정돼 못 왔다고 그렇게 말할게요.”
“아주 좋아요.”
염미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섰고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꺼버린 뒤 기절하듯 다시 잠들었다.
너무 지쳐 있었던 탓에 눈을 뜬 건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였다.
세수하려고 일어나던 순간 문이 거칠게 발로 차이고 구시헌이 음산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염미정이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목을 확 움켜쥐었다.
분노가 서린 얼굴로 구시헌이 입을 열었다.
“내가 경고했지. 다시는 수작 부리지 말라고. 근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너는 내 아이를 낳기 싫다며? 그럼 내가 미주와 아이를 갖는 것도 싫다는 거야?”
그의 힘은 너무 강했고 염미정은 숨이 끊어질 듯 질식해 갔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들리지 않았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거의 쓰러져 갈 때쯤 구시헌이 손을 놓았다.
염미정은 헐떡이며 숨을 들이켰다. 목은 타들어 가는 듯 아파졌다.
잠시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며 구시헌이 말했다.
“네가 안 고쳐먹으니까 내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염미정의 손바닥이 정확하게 그의 뺨을 후려쳤고 목이 쉬어갈 정도로 그녀가 외쳤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왜 자꾸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워!”
구시헌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녀가 자신을 때릴거라곤 상상도 못 한 듯했다.
정신을 차린 후 그의 표정은 썩어갔고 이마에는 핏줄이 도드라졌다.
“미주가 삼계탕을 먹고 난 후에도 계속 배를 잡고 아파했어. 의사가 검사해 보니 유산기가 보인대. 그리고 삼계탕을 감정해 보니 낙태약이 대량으로 검출됐어. 증거가 확실한데 아직도 발뺌할 거야?”
피식 웃으며 염미정이 대답했다.
“그 삼계탕은 내가 끓인 게 아니야.”
구시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가 아니면 그럼 누가 끓였어?”
느긋한 목소리로 염미정이 대답했다.
“어젯밤에 나는 열이 나서 쉬고 있었어. 미주에게 옮길까 걱정돼서 삼계탕은 장미숙 아주머니가 끓였고. 병원에 간 것도 장 아주머니지, 나는 손도 안 댔어. 너는 그 자리에 없었지?”
눈살을 찌푸리며 구시헌이 말했다.
“어젯밤에 중요한 해외 온라인 회의가 있어서 차 안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어. 그런데 얼마 안 지나서 미주가 배 아프다고 전화가 왔고...”
염미정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죄를 나한테 씌운 거네? 미주는 내 친동생이야. 내가 왜 미주와 아이를 해치겠어? 구시헌, 너는 내가 그렇게 잔인한 사람으로 보여?”
구시헌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동자에 뭔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그 아이, 대체 누구 아이지?”
멍해지며 염미정이 되물었다.
“뭐라고?”
그가 더 말하려던 찰나 문밖에서 염미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헌 오빠, 안에 있어요?”
구시헌은 곧바로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의사 말대로 입원해야지, 누가 나오라고 했어? 빨리 돌아가!”
“오빠가 언니랑 싸울까 봐 걱정돼서요...”
애교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자 염미정의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염미주는 겁먹은 척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미안해. 우리가 언니를 오해했나 봐. 삼계탕에 약을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빠가 나간 후에 의사가 감정서를 잘못 가져왔다고 하더라고.”
얼굴이 굳으며 구시헌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중요한 걸 어떻게 실수할 수 있어?”
염미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도 화났지만 의사도 많이 자책하고 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래요.”
염미정은 비웃음이 터졌다.
“염미주, 네 죄를 대신 뒤집어쓰게 하려고 의사한테 돈을 얼마 줬어?”
염미주는 분명, 자신이 삼계탕에 손댄 전 과정이 염미정과 전혀 관련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이렇게 급히 뛰어와 해명하는 척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바로 다음 순간 염미주는 울먹이며 말했다.
“언니, 진짜야! 내 말에 단 한마디라도 거짓이 있으면 내가 당장 떠날게!”
그러면서 염미주는 손목의 시계를 풀며 염미정에게 내밀었다.
“이건 오빠가 나한테 준 건데 이걸 사과의 의미로 언니에게 줄게. 화 풀어줘, 언니.”
염미정은 비웃듯 말했다.
“나는 남의 것을 뺏는데 흥미 없어.”
그녀는 장미숙을 불렀지만 염미주는 여유롭게 말했다.
“언니, 아주머니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무슨 일 있어?”
염미정은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빠르네. 내가 너를 너무 얕봤나 보다.”
불쾌한 듯 구시헌이 말했다.
“염미정, 미주가 진심으로 사과하는데 그게 무슨 태도야?”
여전히 억울하다는 얼굴로 염미주가 말했다.
“정말로 언니 탓이 아니에요. 우리가 먼저 오해한 거잖아요.”
“네 언니가 너만큼만 착했어도 좋았을 텐데...”
그들을 바라보며 염미정은 서늘하게 웃었다. 그녀가 너무 착했던 탓에 지금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