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그날 연민주는 그녀가 속한 세계로 전송되어 모든 것을 잃었다. 집, 차, 모든 예금까지.
원래부터 고아였기에 의지할 곳 하나 없었다. 잔혹한 현실 앞 굶주림에 지친 연민주는 점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린이 요양 병원 입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하늘에는 큰비가 내리고 있었다.
발목뼈가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몸은 부쩍 말랐고 무언가 잡으려는 듯 창백한 손가락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시스템이 부여한 모든 것을 잃은 연민주는 빵 한 조각조차 살 수 없었다. 굶주림과 절망이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빨리! 들고 들어가!”
누군가가 소리쳤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누군가 따뜻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올리는 것을 느꼈다. 안정감을 주는 넓은 가슴, 그리고 옷감을 통해 전해지는 심장 소리는 마치 무언의 위로 같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연민주는 허름하지만 깨끗한 작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밖의 햇빛이 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연민주의 마른 손목을 비추었다. 한때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던 손목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희미한 선탠 자국만 남아 있었다.
“깼어요?”
부드럽고 담담한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린 순간 연민주는 호수처럼 고요한 남자의 눈빛과 마주쳤다. 남자는 흰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탄탄한 팔뚝이 그대로 드러났다. 남자의 손에 따끈한 죽이 한 그릇 들려 있었다. 그러나 향기가 코끝에 전해지는 순간 위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먼저 뭐라도 좀 먹어요.”
죽을 연민주 침대맡에 놓은 남자는 혹시라도 그녀를 놀래킬까 봐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이틀 넘게 혼수상태였어요.”
꼼짝하지 않은 채 죽을 응시하던 연민주는 순간 예전에 위가 아플 때마다 최재율이 쌀죽을 끓여 조심스럽게 불어 식힌 후 먹여주던 것이 떠올랐다.
“왜요? 내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 무서워요?”
싱긋 웃은 남자는 본인이 먼저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봤죠? 독 없어요.”
연민주는 그제야 그릇을 받았다. 뜨거운 죽이 목구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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