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석 달 후 고향의 유채꽃밭.
심플한 하얀 린넨 롱드레스를 입은 연민주는 머리카락 사이에 연노란색 야생 꽃 한 송이를 꽂았다. 웨딩드레스도 하객도 없이 산과 들에 가득한 황금빛이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지만 이것은 마치 대지의 가장 부드러운 축복 같았다.
정장 주머니에 딸기 사탕을 가득 채운 서인혁은 긴장해서 돌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에 연민주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었다.
“연민주.”
연민주의 상처투성이인 손목을 잡은 서인혁은 고개를 숙여 흉악한 흉터들에 입을 맞추었다.
“저와 기꺼이...”
“잘 부탁드립니다!”
서인혁의 말을 끊은 연민주는 발끝을 들어 그와 이마를 맞대었다.
“백번 죽기 전에 나는 이미 인혁 씨 사람이 되었어.”
반지가 없었기에 서인혁은 임시로 풀줄기를 반지처럼 엮어 연민주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돌아가서 진짜 반지를 선물할게.”
“이거야말로 진짜지.”
연민주가 서인혁의 손을 자기 가슴에 올려놓았다.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노을에 길게 늘어뜨려진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지막에는 하나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의 아이슬란드, 최재율은 검은 모래 해변에 서 있었다. 오로라가 초록빛 베일처럼 밤하늘에 휘날리자 가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전설에 따르면 오로라는 집착이 가장 강한 그리움을 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찬란한 빛을 올려다본 최재율은 연민주가 항상 오로라를 ‘시스템 전송할 때의 빛 효과’ 같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마지막까지 최재율 혼자 연민주를 대신해 이 오로라를 보게 되었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질 때 최재율은 몸을 돌려 공항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는 눈에 깊이 패인 발자국들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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