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윤서린?
이건 말도 안 됐다.
임채은은 분명히 두 눈으로 윤서린이 관에 들어가는 걸 지켜봤었다.
그러나 순간 스쳐 지나간 기억, 불타올라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던 그 시신.
혹시 그건 윤서린의 시체가 아니었던 건가?
임채은은 숨을 거칠게 들이켰지만 심장이 얼어붙는 듯, 오한이 온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기남준은 태연히 그녀 앞에 쪼그려 앉더니 가늘고 긴 손을 내밀어 무심히 임채은을 내려다봤다.
“임채은 씨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기남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당신 남자나 잘 단속하세요. 제 여자를 건드리지 않게. 저는 그런 걸 아주 싫어하거든요.”
임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가슴속에서 무서운 추측이 튀어나왔다.
‘설마... 윤소율 씨가 그때 죽은... 윤서린인가?’
윤소율과 윤서린, 임채은은 두 사람이 이름만 바뀐 걸 진작 알아채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곧, 기남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알면 어쩔 건데요? 설마 감히 제 눈앞에서 제 사람에게 손을 댈 용기가 있겠습니까?”
그가 임채은에게 윤소율의 정체를 밝힌 건, 바로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채은은 그 사실을 서현우에게 고하지도 못할 것이고 윤소율을 해치지도 못할 테니까.
“임채은 씨, 당신이 그토록 공들여 판을 짜고 피 말리는 수작으로 유괴까지 꾸몄지만 죽어야 할 자들은 전부 멀쩡히 살아남았고 죽어서는 안 될 자들이 모조리 죽었습니다. 이게 바로 당신이 한 자작극의 결과 아닙니까?”
기남준은 비웃듯 웃음을 터뜨리며 계속 말했다.
“하하하, 우습네요. 정말 재밌네요.”
그 섬뜩한 웃음에 임채은은 몸서리쳤다.
‘현우 오빠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무섭네.’
기남준이 말한 죽어야 했던 자가 윤서린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두 아이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섬뜩한 생각이 뇌리를 파고들자 임채은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럴 리 없어요! 이건 말도 안 된다고요!”
그러나 기남준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듯 그녀를 바라봤다.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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