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싫어.”
기천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널 만나러 온 게 형제라고 인정하려는 줄 알아? 난 내 출생이 뭔지 확인하고 싶어서 온 것뿐이야. 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마.”
그러자 서이안의 얼굴에는 상처 입은 듯한 표정이 드러났다.
“나랑 형제로 지내기 싫다는 거야? 난 네 형인데...”
“네가 뭔데 내 형이라고 단정해?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기천우가 되받아치자 서이안은 순간 말이 막혔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처음 기천우를 보자마자 서이안의 마음속에 스친 확신은 분명했다.
‘이 투박하고 까칠한 천우는 분명히 내 동생일 거야...’
서이안은 실망한 듯 맞은편에 다시 앉았다.
“나랑 형제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아빠랑 엄마는? 부모님도 찾고 싶지 않아? 만약 엄마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서이안은 끝내 말끝을 잇지 못했다.
‘분명 엄마는 기뻐 눈물을 터뜨릴 거야...’
기천우는 차갑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내가 왜 굳이 그래야 하지?”
서이안의 표정이 굳었다.
“엄마조차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기천우는 손끝으로 컵 가장자리를 매만지며 우유를 응시했다.
“혈연이라는 게 우습지 않아? 우리는 사실상 남인데 갑자기 형제라고 우겨대고 갑자기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를 아빠, 본 적도 없는 여자를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니... 왜 그래야 하는데? 그동안 부모로서 날 위해 무슨 책임을 졌다는 거야? 내가 왜 그들을 인정해야 하는데...”
서이안은 입술만 달싹이며 겨우 말했다.
“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기천우는 눈빛을 번뜩이며 서이안을 응시했다.
“넌 나랑 달라. 넌 태어나자마자 사랑을 독차지하며 서씨 집안의 도련님으로 자랐어. 하지만 난 아무것도 없었어.”
기천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지도록 힘을 줬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서이안은 눈앞의 차가운 기천우가 왠지 불쌍하게 느껴졌다.
‘지난 5년 동안 천우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무슨 일이 천우를 이렇게 얼어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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