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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송진수가 억지로 체면을 유지하려는 걸 윤소율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서현우가 없어서 그렇지, 정말 이곳에 있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나. “가격을 제시해!” 송진수는 이미 인내심을 잃은 듯했다. “10억이면 충분한가?” “10억?” 윤소율은 그 숫자를 듣고 순간 놀랐다. “하룻밤에 10억, 부족한가?” 윤소율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을 꺼내기 전에 송진수가 다시 덧붙였다. “20억.” “20억...” 송진수는 마음이 급했다. “윤소율, 내가 네게 관심을 보이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그게 아니면 이 정도 가치가 없어. 연예계엔 방탕한 여자들만 가득한데 예전 같았으면 너같이 천한 딴따라는 무릎 꿇고 나랑 대화해야 해.” 윤소율은 천한 하층 딴따라고 자신은 고고한 재벌가 귀족이라는 소리였다. 집안 배경을 내세워 상대를 모욕하고 자존심을 마구 짓밟는 짓이었다. 하지만 윤소율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사람이었다. 할리우드가 어떤 곳인데 별의별 행색의 자본가들을 보지 못했겠나. 송진수 같은 소인배는 흔하디흔한데 감히 그녀 앞에서 거들먹거리다니. “송진수 씨 체면 살려주길 바란다면 못 할 것도 없죠.” 윤소율은 말하며 가볍게 바닥을 가리켰다.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며 술 마셔달라고 빌어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서 술을 마실지도 모르죠.” 송진수는 말문이 막혔고 모욕적인 말 한마디가 그의 인내심을 완전히 잃게 했다. 윤소율은 일부러 그의 분노를 돋구는 게 분명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두 눈에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이를 갈았다. “망할 년, 좋게 얘기하는데도 감히 날 갖고 놀아? 서현우가 널 데리고 논 걸 모를 줄 알아? 돈 때문이잖아. 네 눈에 돈 말고 뵈는 게 있어? 서현우랑 뒹굴면서 왜 나는 안 되는데? 네가 뭔데!” “내가 서현우 사람이라는 걸 아네?” 윤소율은 상대의 위협에도 경멸하며 말했다. “서현우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감히 나한테 말을 걸어?” “서현우가 갖고 노는 여자는 이 송진수도 데리고 놀 수 있잖아. 오늘 밤에 경진이 누구 손에 있는지 제대로 보여줄게. 서현우가 어떻게 했으면 나도 똑같이 할 거야!” 말하며 송진수가 윤소율을 가리켰다. “저 여자 가져와서 옷 벗겨!” 가져온다라... 송진수의 눈에 그녀는 단지 낡은 걸레 조각에 불과했다. 윤소율은 정말 송진수를 화나게 할 줄은 몰라 살짝 멈칫했다. 송진수 양쪽에 서 있던 두 명의 경호원이 즉시 윤소율 앞으로 다가왔다. 윤소율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들의 두 손이 팔을 잡는 순간 손을 들어 손에 쥔 머리핀으로 상대를 찔렀다. 찔린 경호원 한 명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망할 년!” 경호원은 즉시 윤소율의 손에서 머리핀을 빼앗아 옆으로 던지고 머리를 낚아채 낮은 테이블로 내동댕이쳤다. 쾅! 윤소율은 테이블 위의 술잔과 술을 뒤집어엎었고 두 팔이 상대에게 단단히 잡혀 제압당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서서 위아래로 훑어보는 송진수의 눈동자에 탐욕이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입만 살아서는. 얌전히 따랐으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됐잖아.” 윤소율은 경고했다. “송진수, 경고하는데 나를 건드리지 마!” “어떻게? 뭐로 나를 경고하는 거야, 응?” 말하며 손을 뻗어 여자의 옷깃을 잡으려는 그때... “도련님.” 송진수가 홱 고개를 돌리니 한 무리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좌석 밖을 에워쌌다. 모두 표정이 차갑고 기세가 압도적이었다. “너희는 뭐야?” “윤소율 씨를 위층으로 모시러 왔습니다.” “누가 보냈어? 내가 점찍어둔 여자니까 꺼져!” “서 대표님께서 모셔 오라고 하십니다.” 송진수는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 ‘서 대표? 경진에 서 대표라고 불리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지?’ 송진수가 시선을 2층으로 돌리니 밖에 한 무리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좌석에는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어두운 조명 속에서 그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앉아있는 기세에 고고함과 오만함,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경진에서 저런 기세를 가진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서현우!’ 송진수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 “도련님, 부하들에게 눈치껏 손 떼라고 하세요.” 송진수가 말하기도 전에 두 명의 경호원이 허둥지둥 손을 거두었다. “윤소율 씨, 서 대표님께서 찾으십니다.” 윤소율은 일어나서 여전히 우아하게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는 화를 억누르며 그들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서현우... 이제야 왔어? 반시간 전에 와서 해결하라고 했는데! 설마 이미 도착해놓고 망신당하는 걸 보고 싶었던 건가? 허!’ 윤소율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좌석 커튼이 열렸다. 서현우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꿰뚫어 보고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윤소율이 다쳤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꼭 아름다운 꽃병에 나타난 흠집처럼 눈에 거슬렸다. “여기로 와요.” 차갑게 말하는 남자의 말투가 퉁명스러웠다. 기분 나쁜 듯한 어투를 알아차린 윤소율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그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서현우는 손에 든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여기 왜 왔습니까?” “송진수가 술 마시자고 해서요.” 서현우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시선을 돌리니 여자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왜 그래요?” “술 마시러 오란다고 이런 곳에 옵니까?” “서 대표님이 위층으로 부르니까 위층으로 왔잖아요.” 남자는 결국 분노해 윤소율의 턱을 세게 잡더니 차갑게 말했다. “지금 나와 송진수를 비교하는 겁니까?” “질투해요?” 윤소율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더니 서현우의 팔짱을 꼈다. “그래서 문자 보냈는데 왜 이제야 와요?” 서현우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날 뭐로 보는 겁니까?” ‘멋대로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서 대표님.” 커튼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송진수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놓으라고!” 커튼이 열리고 송진수가 단번에 떠밀려 들어왔다. 휘청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버둥거리며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소파에 앉아 있는 서현우를 보고는 조용히 무릎을 다시 꿇었다. 이 남자 앞에서 송진수는 윤소율 앞에서 거들먹거리던 모습을 말끔히 지웠다. “서 대표님...” “하나만 묻지. 경진이 누구 손에 있지?” 서현우는 차갑게 그의 말을 끊자 송진수는 눈을 크게 뜨고 즉시 식은땀이 흘렀다. 인내심이 바닥난 서현우는 어두운 눈빛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풍겼다. “누가 내 여자를 갖고 논다고?” 멈칫하던 남자의 동공이 확 움츠러들었다.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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