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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서이안은 여전히 숨이 가빴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방금 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순간- “쾅.” 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또렷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온 신경이 곤두섰다. 숨조차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발자국은 문 앞에서 멈췄고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열어.” 기남준이었다. 서이안의 심장이 요동쳤다. 혹시 방금 자신이 몰래 지켜본 걸 들킨 걸까. 조심하려고 애썼고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는데, 왜 그 순간 그는 문 쪽을 바라봤던 걸까. “천우야.” 그가 다시 불렀다. “문 열어.” 서이안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문이 열리자 기남준이 차갑게 눈길을 던지며 들어섰다. 문을 닫는 그의 목덜미엔 닦아낸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옅게 스민 핏자국이 방금의 광경이 환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다 봤어?” 그가 웃음인지 조롱인지 모를 표정으로 물었다. 서이안은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움켜쥔 채 침묵했다. 기남준이 입술을 비틀며 다가와 몸을 낮췄다. 서이안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마치 괴물이라도 마주한 듯 두세 걸음 물러섰다. 그는 눈길을 거두지 않고 담담히 응시했다. 파도 같은 격정은 없었지만, 시선은 깊었다. “천우야?” 부드럽게 부르는 목소리. 그러다 그의 눈빛이 순간 번뜩이며 깊어졌다. “이안아?” 서이안의 온몸이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고 기남준은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가늘게 눈을 좁히며 말했다. “역시 너였구나.” 서이안은 시선을 피했다.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가 자신이 천우가 아닌 서이안이라는 걸 구별했을까. 아버지와 어머니조차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을, 그는 어떻게 알아낸 걸까. 마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기남준이 말했다. “궁금하지? 내가 어떻게 알아봤는지. 천우는 천우, 넌 너라는 걸.” 서이안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손끝으로 자기 눈을 가리켰다. “너희 둘은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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