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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서이안은 방금 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기운재가 온몸을 떨던 건 분명 발작 때문이었다. “겁났어?” 기남준이 물었다. “아니요.” 서이안은 솔직히 고개를 저었다. 무섭다기보다는 믿기 힘들었을 뿐이었다. “흡혈귀 같았어요.” “그렇지.” 짧게 답한 그는 손짓했다. “이리 와. 왜 그렇게 멀리 서 있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뭘 하려는 거예요?” 대답 대신, 손가락이 가볍게 휘어졌다. 서이안은 몇 초 망설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막 다가서려는 순간, 기남준이 손목을 낚아채더니 거칠게 끌어당겼다. 커다란 손이 얼굴을 움켜쥐었다. “으읍...!” 본능적으로 밀쳐냈지만, 오히려 더 단단히 제압당했다. “정말 똑같네. 역시 쌍둥이.” 그는 서이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 있지. 기묘하네.” 서이안은 분노에 손을 뿌리쳤다. “내 얼굴 만지지 마요!” 엄마 말고는 누구도 그의 뺨에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는 볼을 감싸쥔 채 노려보다가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저 병원에 갈 거예요.” “응?” “데려다줄 수 있어요?” “기천우를 보러 가겠다고?” 서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도 모른 채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쌍둥이 사이의 기묘한 교감은 불길한 예감으로 변했고 기천우의 상태가 심하게 걱정됐다. 기남준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말해줄 순 있지. 지금 그 녀석 상태.” 서이안은 긴장한 듯 숨을 죽였다. “아직도 못 깨어났어. 의사 말로는 혼수 상태라는데, 언제 의식을 찾을지는 모른대.” “식물인간...?” 서이안의 눈이 커졌다. 그가 옆눈으로 스치듯 그를 훑었다. “그 정도는 아니야.” 안도하려는 찰나, 기남준의 입에서 다시 한 마디가 떨어졌다. “다만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지.” “대체 무슨 뜻이에요!” “네가 간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지. 너희가 벌인 이 기묘한 장난, 아주 성공적이라는 거.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게 서이안이라고 모두가 믿고 있으니까.” 서이안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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