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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서둘러.” 기남준은 손목시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 시간은 아주 소중하다고요.” 임채은은 입술을 꽉 깨물며 주먹을 꼭 쥐고 망설이다가 윤소율 앞에 섰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정말 난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분명 누가 일부러 나한테 뒤집어씌운 거예요.” “진심이 안 느껴지는데요?” 기남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숙여 윤소율의 귓가에 속삭였다. “소율아, 지금 네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네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때리든 네 마음대로 해.” “기남...” 임채은이 뭐라고 하던 찰나 기남준이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임채은은 겁에 질려 더 말을 못 했고 기남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제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남준은 원래 사람 앞에선 늘 표정이 바뀌었지만 오직 윤소율 앞에서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때 윤소율이 조용히 말했다. “사과만 해선 성의가 부족한 것 같네요. 굳이 때릴 필요는 없어요. 내 손만 더럽혀지니까.” 임채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쩌라는 건데요. 진짜 제가 한 일도 아닌데...” 윤소율은 치맛자락 밑에서 하이힐을 내보이며 말했다. “여기 봐요. 구두에 달걀물이 다 묻었잖아요. 무릎 꿇고 구두나 닦아 줘요.” “뭐라고요?” 임채은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외쳤다. “저보고 무릎 꿇으라고요?” “신발 더러워졌으니까 채은 씨가 닦아주면 되는 거잖아요. 그 정도 일도 못 해요? 채은 씨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너!” 기남준이 손가락을 슬쩍 움직이자 그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달려와 임채은의 어깨를 양쪽에서 붙들고 강제로 무릎을 꿇리려 했다. “놓으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존심을 뭉개며 저 여자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하니 임채은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손을 높이 들어 윤소율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윤소율은 피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그 손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기남준이 팔로 막아선 뒤, 반사적으로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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