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서현우가 대답했다.
“이유 따위는 없어요. 그냥 소율 씨한테는 자유가 필요 없다고요.”
“...”
‘이 남자, 어떻게 이렇게까지 제멋대로일 수가 있지?’
서현우는 마치 단 한 번도 무언가나 누군가를 제대로 눈에 담아본 적 없는 사람 같았다. 몸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황제 같은 바이브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었고, 차갑게 드리운 낮은 공기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했다.”
서현우가 대답을 강요했다.
“알겠다고 해요.”
윤소율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서 보이는 서현우의 얼굴은 냉정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얇은 입술이 싸늘하게 휘어 오를 때에는 웃는 듯, 아닌 듯한 기미만 희미하게 보였고, 우뚝 솟은 큰 키가 거의 모든 빛을 다 가리다시피 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숨이 턱 막혀오는 것 같았다. 온몸의 기운이 서현우의 기세에 눌러 다 무뎌지고 말았다. 윤소율은 흔들리는 맑은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기남준은 나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에요. 우릴 갈라놓을 자격은 없어요.”
“얼마나 중요한데요?”
서현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나를 거역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현우 씨, 내가 말했잖아요. 우리 사이는 그저 하나의 게임일 뿐이라고. 왜 이렇게 자꾸 깊게 들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자 서현우가 말했다.
“소율 씨는 배우일지 몰라도 나는 아니에요. 먼저 빠져든 건 소율 씨죠. 나는 처음부터 진심이었는데.”
윤소율이 반박했다.
“현우 씨, 나한테 진짜로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예요?”
윤소율은 살짝 발끝을 들어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불그스름한 입술에서는 부드러운 숨결이 흘러나왔다.
“현우 씨,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줄래요?”
윤소율이 일부러 도발 중이라는 사실을 서현우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현우의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윤소율의 얼굴을 꽉 움켜쥐었다.
아릿한 통증에 윤소율이 숨을 가볍게 들이쉬었다. 말없이 이어진 대치 속에서 서현우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갑고 위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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