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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살인이요? 제가요?

그 후 며칠 동안은 기괴할 정도로 평온한 나날이 이어졌다. 유승현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고 심지어 그 끔찍한 협박 택배조차 자취를 감췄다. 권지호는 여느 때처럼 매일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했지만, 나를 직장까지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어쩌다 경찰청에서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형사팀 동료에게 부탁해 나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기까지 했다. 이런 폭풍전야 같은 정적이 오히려 내 마음을 팽팽하게 죄어왔다. 사단이 난 건 금요일 저녁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나는 주방에서 쌀을 씻으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으며 다급하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나는 권지호가 깜빡하고 열쇠를 두고 갔나 싶어 손을 닦고 문을 열러 나갔다. “지호 씨,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문이 열리자 문밖에 서 있는 건 권지호가 아니라 제복을 입은 경찰 세 명이었다. 앞장선 사람은 권지호의 동료이자 형사팀 부팀장인 장 형사로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예전에 권지호가 경찰청 회식에 나를 데려갔을 때 활짝 웃으며 나를 ‘제수씨’라고 부르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 장 형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눈빛엔 복잡하면서도 엄숙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구속영장이 들려 있었다. “심지유 씨.” 장 형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심지유 씨는 현재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쌀 바구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하얀 쌀알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살인이요? 제가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상황이 너무 터무니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장 형사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제가 누굴 죽였다는 거예요?” 장 형사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비켜 뒤에 있던 두 여경에게 길을 터주었다. “두 시간 전에 애슐리 클럽 뒷골목에서 여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심지유 씨의 옷을 입고 심지유 씨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몸에서 다수의 자창이 발견되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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