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법의학을 선택한 이유
권지호는 ‘통제구역 무단 침입 및 규정 위반 조작’ 혐의로 잠시 구금되었다.
하지만 그가 업로드한 그 증거는 사건을 뒤집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다.
형사팀 기술과에서는 밤을 새워 미량 원소 스펙트럼을 분석했고 상처 깊숙한 곳에 남은 티타늄 코팅 성분을 확인했다.
경찰은 곧바로 유승현의 자택을 급습했다.
흉기였던 잭나이프는 이미 처분된 상태였지만, 유승현의 스포츠카 시트 틈새에서 아주 미세하게 말라붙은 핏방울 하나가 발견되었다.
DNA 감정 결과, 그 피는 사망한 임해나의 것으로 밝혀졌다.
천하의 유승현도 결국 빈틈을 보이고 만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너무나 오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흉기를 없애고 희생양을 세우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 믿을 만큼 말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유승현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임해나를 납치했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잭나이프를 휘둘러 그녀를 살해한 뒤 현장을 조작해 내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확실한 증거들과 권지호가 제공한 ‘상처 중첩’이라는 결정적 분석이 더해지면서 유승현은 정식으로 구속되었다.
그날, 나는 무죄로 석방되었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경찰청 정문 계단에 앉아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권지호를 기다린 것이다.
권지호가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규정을 위반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경찰청 내부 회의 결과, 권지호에게는 엄중 경고 및 3개월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밤 10시, 드디어 권지호가 밖으로 나왔다.
그의 상징과도 같던 트렌치코트 대신 얇은 셔츠 차림이었고 손에는 개인 소지품이 담긴 종이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 순간의 그는 더 이상 고고한 법의학자가 아니라 직장을 잃고 풀이 죽은 평범한 남자로 보였다.
“지호 씨!”
나는 권지호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권지호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휘청거렸고 손에 들고 있던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책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언제나 서늘하던 그 손으로 나를 힘껏 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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