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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대가

권지호가 정직을 당해 집에 머무는 동안, 우리 집 바닥은 광이 날 정도로 반짝거렸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나는 주방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를 들었다. 다가가 보니 권지호가 앞치마를 두른 채 칼을 들고 생닭 한 마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창살 너머로 스며든 햇살이 그의 몸 위로 쏟아지며 금빛 테두리를 만들어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서슬 퍼런 칼만 보지 않는다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따스하고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일어났어요?” 권지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손목을 가볍게 꺾어 생닭의 다리뼈를 말끔히 발라냈다. “가서 씻어요. 아침밥은 밥솥에 있어요.” 나는 권지호에게 다가가 그의 허리를 껴안고 넓은 등에 얼굴을 묻었다. “지호 씨.” “네?” “억울하지 않아요? 나쁜 놈을 잡았는데 정작 징계는 지호 씨가 받았잖아요.” 권지호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그는 칼을 내려놓고 손을 씻은 뒤, 몸을 돌려 나를 품에 가두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코끝을 내 이마에 부드럽게 비볐다. “지유 씨, 법의학 첫 수업에서 배우는 건 해부가 아니라 대가였어요. 진실을 탐구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 해도 대가를 치러야 하죠.” 그가 내 턱을 들어 올렸고 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잃는 것에 비하면 정직 3개월 따위는 깃털보다 가벼운 대가예요.”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권지호의 키스는 언제나 절제되어 있었고 은은한 박하 향과 함께 서늘했다. 하지만 오늘은 햇살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함께 고비를 넘긴 뒤여서인지 갑자기 입맞춤이 거칠어졌다. 그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조리대 위에 앉혔다. “지호 씨, 여기 주방이에요...” “알아요.” 그는 한 손으로 내 뒷머리를 받치고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에 집어넣은 채, 숨이 막힐 정도로 깊게 입을 맞춰왔다. 마치 해부대 위에서 아주 귀한 표본을 마주한 것처럼 통째로 집어삼키고 완전히 소유해 버리겠다는 기세였다. “지유 씨.” 권지호는 내 귓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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