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음식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무덤덤하게 임가을을 쳐다보기만 했다.
“어제 잠들었어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허락했어? 시종 주제에 주인 명령 없이 잠을 자?”
임가을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나는 가뿐히 무시한 채 곧 내려질‘심판’을 묵묵히 기다렸다.
“대표님, 오셨어요? 일단 진정을...”
허태섭이 서둘러 다가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애를 썼다.
임가을은 여전히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요즘의 나는 예전과 180도 달랐다.
거듭된 반항, 그리고 몇 번이고 맞서는 태도에 불쾌한 게 뻔했다.
어떻게든 나를 다시 길들이기 위해 벌을 줄 생각일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겪은 모욕만 해도 입에 담기 힘들 정도였다.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임가을도 더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여기서 멀뚱멀뚱 뭐 하고 있어? 얼른 가서 일해! 오늘 널 감시하러 온 거야.”
임가을은 버럭 외쳤다.
“실장님 아직 점심도 못 드셨어요. 밥을 안 먹고 어떻게 힘이 나서 일하겠어요?”
허태섭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고, 눈빛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상사라서 차마 티는 내지 못했다.
“힘이 있건 말건 내 알 바 아니에요.”
“정윤재! 당장 돌아가서 일해.”
나는 묵묵히 뒤돌아서 식당을 나섰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롱 섞인 눈빛과 안타까운 표정까지도.
물론 이정도는 진작에 익숙했다.
몸에 국물이 묻어 끈적거렸지만 트럭 위로 올라가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자 허태섭이 임가을을 위해 의자를 준비하고 파라솔까지 설치해주었다.
임가을은 의자에 앉아서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봐? 얼른 옮겨.”
나는 시선을 돌리고 묵묵부답했다.
그나마 체력이 좋아서 버틸 수 있었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짐을 한창 옮기던 와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롤스로이스 한 대가 공장 안에 멈춰 섰다. 다름 아닌 임태경의 전용 차량이다.
임태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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