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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모욕이나 비아냥쯤은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그래?” “정말 타고났네!” 그녀들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때, 갑자기 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본 적이 없었고 아마도 이 무리 안에서 새로 들어온 인물인 듯했다. “가을아, 네 시종은... 정말 말을 잘 듣니?” 그 여자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관찰했다. 그 시선은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이 우리 안에 든 동물을 구경하듯 했다. 혹은 묘기를 부리는 원숭이를 바라보는 눈빛인 것 같았다. “당연히 잘 듣지. 선아 언니, 혹시 관심이 있어?” 임가을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고 그러더니 곧바로 나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 와.”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그대로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앉아.” 나는 별말 없이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팍!” 순간, 한 잔 가득 따른 독한 술이 내 얼굴 위로 쏟아졌다. “봤지? 이렇게나 말 잘 듣잖아!” 임가을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고 방 안에 있던 다른 여자들도 이 장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선아라고 불린 여자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진짜 말을 잘 듣네! 가을아, 오늘 밤 나랑 같이 있게 해주면 안 돼?” 이선아가 그렇게 말하자 임가을은 잠시 멈칫했다. “선아 언니는 남자가 그렇게 많으면서 이딴 시종 같은 애까지 필요해?” 하지만 이선아는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나는 순한 남자가 좋아... 하지만 네 시종은 완전히 순종적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래. 저 눈빛 속에는 분명히 무언가 불타오르는 게 보이거든. 왠지 아주 재밌는 것 같아.” 이선아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차가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여자였지만 눈동자는 묘하게 요염한 느낌이 서려 있었다. 나는 솔직히 그녀의 외모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만 그녀가 한 말만큼은 꽤 의외였다. 이선아는 정말 눈빛이 예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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