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이 말이 나오자 이사회는 한동안 술렁이다가 곧바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밑의 직원들은 나를 임씨 가문의 시종으로만 여기고 속으로는 임씨 가문에 빌붙어서 산다고 비웃었지만 회사 고위 임원들은 오히려 나를 높게 평가했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신분 상관없이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단순히 실장 혹은 대리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결국 크고 작은 모든 결정은 내가 내렸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명함만 바뀐 것뿐이다.
사실 나한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오직 한 가지, 임가을이 내 밑에 들어왔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아빠, 지금 뭐라고 했어요?”
“내가 부대표고 정윤재가 대표라고요? 난 절대 못 받아들여요!”
임가을은 책상을 쾅 치고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이건 이사회에서 정한 거야. 네가 혼자 뭐라 해도 달라질 거 없어.”
“여러분, 이 임명에 이견 있는 분 계십니까?”
임태경은 임가을을 힐끗 보더니 바로 강하게 잘라 말했다.
“이견 없습니다. 정윤재 씨의 능력은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맞아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었어요.”
임원들의 말에 임가을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였다.
나는 한숨을 깊이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그리고 이사회 여러분, 저는 아직 경력이 부족한 편이라 이 자리를 맡는 게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계약이 끝나기까지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런 자리까지 맡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임태경이 날 붙잡으려고 이런 수를 썼겠지만 나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다.
“그렇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대표를 해! 넌 우리 집이 데려다 키운 시종일 뿐이야. 어떻게 네가 내 머리 위에 올라앉을 수 있겠어?”
임가을이 처음으로 내가 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괴롭히려는 거고 나는 임씨 가문과 완전히 손을 떼려는 것이니 결국 뜻이 전혀 달랐다.
‘정말 한심한 여자야...’
“윤재야, 부담 갖지 말고 네가 있는 날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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