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임가을은 냉랭하게 나를 흘겨보며 비웃듯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오늘 생일 파티 자리가 지정석인 건 아니던데?”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별다른 자리 표시는 없길래 그냥 앉은 거라고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건 임가을의 노골적인 조롱뿐이었다.
“하하하. 지정석? 정윤재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네가 말한 대로 자리는 사람한테나 있는 거지 하인은 그저 서 있어야 하는 거야. 지금 당장 일어나!”
주오성과 임가을의 조롱과 비웃음이 파티장 가득 퍼졌지만 나는 그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 집안에서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기로 했다.
“역시 착실하네. 우리 임씨 가문에 충성하는 개다워.”
그런데도 두 사람은 내 옆에 앉아서 계속 비아냥거리며 무슨 장난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나는 그저 묵묵히 시간을 보내며 파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임가을은 한껏 거만한 태도로 나를 내려다보며 명령하듯 말했다.
“저기 가서 와인 한 병 가져와.”
내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용히 말했다.
“난 회사 대표이지 네 비서가 아니야.”
임가을은 내 말을 듣자마자 또다시 비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우리 아버지랑 계약서 쓴 거 나 몰라서 그래? 회사랑 내 일상까지 네가 다 챙기기로 약속한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술 심부름도 네 업무고 내가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해. 안 할 거야?”
마지막까지 내 역할을 다하자는 생각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술로 줄까?”
“물어보나 마나지. 제일 비싼 걸로 가져와. 빨리!”
임가을의 성질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말투였다.
나는 서비스 직원에게 가서 파티장에 있는 와인 중 가장 고가의 와인을 한 병을 받아왔다.
내가 와인을 막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려는데 임가을은 또다시 툴툴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데 한 병만 가져와서 뭐 하자는 거야?”
나는 꾹 참고 물었다.
“몇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