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정신 차렸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희미한 조명과 온통 핑크로 꾸며진 방 안이었다.
포근한 베개는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가녀린 실루엣이 분주히 움직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깼어?”
놀란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여자는 손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
“얼른 일어나서 이거 마셔.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
낯익은 얼굴을 보니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한다정?”
의외였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었다.
그저 반에서 눈에 띄지 않던 평범한 여학생에 불과했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완전히 달라졌다.
부드러운 옆모습과 샘물처럼 맑은 눈동자.
“맞아, 나야.”
한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부터 먼저 마셔.”
그리고 잔을 입에 가까이 대주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우유에 꿀을 타서 달콤했다.
“취해서 세면대에 쓰러져 있던데?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
한다정이 빤히 쳐다보며 짐짓 엄한 말투로 나무랐다.
나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접대하고 있었어.”
대학교 시절에 우리는 제법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졸업할 때쯤 여동생 일로 정신이 없어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토할 정도로 마실 일이 뭐가 있다고?”
한다정은 믿지 않는 눈치였고, 얼른 우유를 다 마시라고 내밀었다.
“그나저나 넌 3년 동안 뭐 했어?”
“Y국에 유학하러 갔다가 그저께 귀국했어.”
한다정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친구들이랑 모이려고 했는데 널 만나게 될 줄이야."
나는 흠칫 놀랐다.
“이런, 나 때문에 망친 거 아니야?”
한다정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늦게까지 놀 생각도 없었어. 그나마 내가 발견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큰일 났을 수도 있어.”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우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근황부터 시작해서 학창 시절 이야기까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새벽 3시가 넘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네 침대를 계속 차지할 수는 없지. 난 소파에서 잘게.”
한다정은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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